밖에 내놓은 쓰레기 봉투를 뒤지고 옥상과 지붕 위에 널어놓은 음식물을 도둑질 하는 고양이. 길모퉁이에서 고양이와 마주친 사람들은 녀석들의 눈빛만 봐도 진저리 친다. 천적 없는 고양이는 개체가 급격히 늘어 어느새 밤을 활보하는 무법자가 됐다.
3, 4일 오후 9시 50분 EBS 다큐프라임 '인간과 고양이' 편은 인간의 외면 속에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고양이들의 삶을 담고 있다. 제작진은 최근 고양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전남 여수 거문도를 찾았다.
쥐를 없애려고 들여온 고양이가 번식을 거듭하면서 먹이를 찾기 위해 민가를 습격하는 등 골칫거리로 변해 수년에 한 번씩 '고양이 소탕작전'을 하는 곳이다. 2000년 공무원과 주민이 합심해 야생고양이 500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2003년과 2008년에도 대대적인 살포 작전을 벌였다.
올해는 동물보호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양이 살처분을 중단하고 대신 포획 후 불임을 만드는 중성화수술(TNR)을 시행하고 있다. 고양이를 무차별적으로 죽이면 오히려 쥐가 들끓는 등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양이의 삶은 도시에서도 힘겹다. 최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집 나간 고양이가 한 시간 만에 아파트 관계자들에 의해 살해됐다. 목이 졸린 뒤 땅에 파묻힌 것이다. 주인의 신고로 동물 가해사건 사상 최초로 현장검증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름을 붙여주고 먹이를 주면서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도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불쌍히 여겨 시작한 일이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 이들 고양이를 포획하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
인간을 떠나 살 수 없는 고양이를 위해 인간이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고양이를 없애기보다는 고양이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일본의 사례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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