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 이후 다소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여행 업계. 10월 중순 이후 신종 인플루엔자 사망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다시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요즘 하루 평균 예약자가 평년 이 맘때의 절반 수준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작년엔 고환율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올해는 신종플루의 직격탄을 맞는 등 악재의 연속"이라고 했다.
#2. 서울 잠실의 J 어린이 놀이교육업체. 10월 들어 학부모들의 수업 연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평상시에는 12명 정원이 대부분 꽉 차는 주말 프로그램의 경우 지금은 3~6명에 그친다. 한 학부모는 "미취학 어린아이의 경우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데다 12월 중순 이후에야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놀이업체에 위생시설이 잘 갖춰져 있긴 하지만 일단 1개월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가 경제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관광업계나 유아교육 등 일부 업종에만 타격을 가하는 수준이지만, 대유행기로 접어들 경우 산업전반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파급 정도에 따라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국내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신종 플루가 지금보다 더 기승을 부릴 경우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신종플루 대유행이 ▦단기간(2분기)에 그치는 경우 한국경제 성장률이 최대 5.6%포인트 ▦장기간(1년) 이어지는 경우 최대 9.1%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대유행 정도에 따라 성장률이 최소 -0.8, 최대 -7.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직격탄이 예상되는 업종은 서비스업. 지난 3분기 교육서비스업의 국내총생산(GDP)이 환란 이후 10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전년동기비 -0.1%)한 것은 그 신호탄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당장 학원이나 영화관, 여행, 놀이공원 등 선택의 여지가 있거나 대체제가 있는 서비스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재난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다면 유통업체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전반으로 이런 추세가 확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중이용시설이용이 기피되고, 각종 행사 등이 취소될 경우 파장은 의외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신종플루의 영향이 제조업에까지 파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들의 휴교령에 이어 제조업체들의 휴업 조치가 잇따르고 초과 근무나 휴일 근무가 현격히 줄어들면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은 신종플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추이에 따라 경제 회복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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