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중 고의가 없었더라도 배우자를 사망케 했다면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임범석)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을 막다 흉기를 휘둘러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아내 A씨가 "남편 사망에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보험금을 달라"며 남편이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의 쟁점은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보험사의 면책사유가 이번 사건에 적용되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면책사유의 고의에는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며 "A씨에게는 상해의 고의가 있었고, 자신의 행위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는 미필적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살인과 상해의 고의를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해보험에서도 고의로 피보험자에게 상해를 가했다면 보험사의 면책을 인정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폭행을 당하자 흉기를 들었지만 남편을 찌른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아 A씨에게 보험금 지급 청구권이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5월 남편에게 목을 졸리고 구타를 당하자 흉기를 들어 남편을 사망하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돼 징역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자신과 두 자녀가 수익자로 돼있는 보험금 1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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