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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붕괴 20주년/ "통일비용 손해" "우린 2등 시민" 배타적 지역주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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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붕괴 20주년/ "통일비용 손해" "우린 2등 시민" 배타적 지역주의 심각

입력
2009.11.0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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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흘렀지만 독일의 통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가야 하 먼 길이 남아 있다. 분단의 잔재가 아직도 유령처럼 통일독일의 곳곳을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서독인들은 엄청난 통일비용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고 반대로 동독인들은 차별과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의 현실에선 '장벽 붕괴 20년'이 그대로'통일 20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이나 평균연봉에 있어서 동ㆍ서 격차가 아직 뚜렷하며 동독 지역에선 네오나치주의자들이 득세, 종종 외국인을 공격하는 '스킨헤드족'까지 등장한다.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 분단은 여전하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독일인들에게 남아있는 분단의 상처와 봉합되지 않은 갈등의 골을 진단했다. 텔레그라프는 9월 말 치러진 독일 총선의 '투표결과 지도'를 예로 들며 수그러들지 않는 독일인의 지역주의를 보도했다. 신문은 "분단은 정치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며 "총선에서 서베를린 주민들은 보수적인 기민-기사당 연합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반면, 동베를린에선 절반가량의 유권자가 좌파당, 녹색당 등에 지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통일 이전의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동ㆍ서 독일인은 서로 다르다. 텔레그라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분단 독일'을 그리워하느냐는 질문에 동독 출신은 10%만이 '그렇다'라고 답한 반면, 서독 출신은 16%가 긍정하는 답을 내놨다"며 "서독 주민들은 막대한 통일비용 때문에, 동독인들은 20년간 견뎌온 경제난 때문에 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래도 절대 다수가 '분단 독일'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독일의 희망은 분명히 있다.

점차 뚜렷해지는 세대 간 인식차이도 진정한 통일을 저해한다.

신세대에게 통일 이전의 독일은 그들과 관계없는 역사적 사실일 뿐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는 최근 "젊은이들에게 동독의 존재는 과거의 수수께끼일 뿐이다"며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동독의 역사를 가르치는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부 젊은 세대는 누가 장벽을 세웠고 독일은 왜 분단됐는지조차 모를 정도"라고 전했다.

반면 구세대는 분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29일 보도에서"동독 비밀경찰인 '슈타지'의 파일을 열람하려는 동독출신 노인들의 요청이 계속 늘고 있다"며 "슈타지의 감시를 받았던 이들이 자신의 과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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