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세종시 문제에 대해 모처럼 공식적 의견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가진 조찬 회동에서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숙고'라는 언급에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세종시의 방향이 투영돼 있다. 이미 여야가 합의 처리한 원안이 있는데도 굳이 '더 생각하는 게 좋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사실상 원안 수정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어떻게 수정안을 관철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여론의 뒷받침을 얻을 때에만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여론의 흐름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속전속결로 추진하기보다는 설사 내년 초로 넘어가더라도 대안 마련과 국민 설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될 전망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부 방안이 마련되면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힐 것이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수정안 골격이 완성돼 가고 있음을 내비쳤다.
여권 내부에서는 대덕과학연구단지와 연계하는 과학비즈니스 도시를 주축으로 기업과 의료기관, 대학 단지 등을 추가로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에는 지방균형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담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충청권 주민을 비롯한 국민과 정치권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여권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정 대표와 1시간 10분 가량 머리를 맞댔다. 과거 박희태 전 대표에 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독대를 한 것이다.
여기서 이 대통령은 정 대표에게 세종시 문제를 포함해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 전반적인 국정 현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당청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이견이 노출되는 세종시 문제 등 주요 현안을 추진하기 위해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사진=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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