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해군 납품비리 수사로 군이 들썩이고 있다. 납품 과정에서 돈이 오고 간,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이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칼 끝이 군 수뇌부를 향할 수도 있어 군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계룡대 근무지원단(근지단)에 부임한 해군 김영수 소령은 비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규정과 달리 수의계약 처리를 지시받았다. 의문이 일자 김 소령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비품 구입 자료를 검토했고, 여러 비품 계약에서 적정 가격보다 비싼 금액에 수의계약이 이뤄져 약 10억원의 국고가 손실됐다고 판단했다.
계룡대 납품비리 사건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수사 대상 대부분이 해군이어서 군 수사당국은 해군 납품비리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소령의 문제제기로 4차례에 걸쳐 군 당국이 조사를 벌였지만 구두 경고, 무혐의, 불기소 등의 처분을 내리고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물증이 없고, 혐의가 약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달 김 소령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때마침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이 문제가 신임 김태영 국방장관을 곤혹스럽게 했고, 국방부는 결국 김용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발족시켜 재수사에 나섰다.
과거 수사에서는 군 당국이 한 명도 구속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지난달 중순 특별조사단 재조사 착수 이후 지난달 30일 유모 해병대 대령과 이모 서기관이 구속됐다.
재수사가 탄력을 받으면서 이제 관심은 해군의 어느 선까지 사건에 연루됐을 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과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과정에서 검찰단 소속 해군 수사관 등에 대한 외부의 협박과 회유가 있었고, 수사 정보가 조직적으로 유출됐다는 사실을 검찰단이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적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군 고위층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군 납품비리를 윗선에서 사전에 알고 있었거나, 무슨 이유이든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았을 수 있고, 나아가 이 과정에서 금품이 상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특별조사단 구성에서 해군은 배제돼 있다.
군 관계자는 "과거 여러 번의 수사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터라 특별조사단이 무척 말을 아끼며 철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수사에서 성과가 클수록 과거 군 수사당국의 부실 수사를 자인하는 셈이어서 군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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