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큰 싸움이 시작됐다.
세종시 수정론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파열음이 급기야 친이, 친박 계파 갈등으로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정운찬 총리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공개 이견 표출이 친이계와 친박계의 충돌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번 갈등은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든 문제여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 친이계 인사들은 2일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주도하는 정 총리와 원안 고수 입장을 강조한 박 전 대표간 충돌 와중에 정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와의 약속만큼 미래의 약속도 중요하다"며 "당이 적극적 의견 수렴 주체가 돼서 올해 안에는 세종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역시 친이계인 차명진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 "세종시는 국가적 장래가 달린 문제다. 최종 결정은 국민투표를 통해 하자"며 거듭 수정론을 폈다. 정두언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중국 고사에 나오듯 '미연방'(未然防ㆍ멀리 앞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과 '미생지신'(尾生之信ㆍ미련하도록 약속을 굳게 지키는 것)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모두 박 전 대표 발언을 반박하며 수정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상당수 친이계 의원들도 세종시 수정이 필요하다는 방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친박계는 반대 방향으로 응집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확고한 원안고수 입장이 거듭 확인되자 한층 견고하게 결집하는 것이다.
유기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 "세종시 문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약속한 것"이라며 "국민에 약속했기 때문에 변함이 있을 수 없고, 원칙론에서 풀어가는게 옳다"고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친박계인 이성헌 제1사무부총장은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에 불만을 제기하고 당직을 사퇴했다. 충남 공주 출신 정진석 의원은 정 총리의 수정 움직임에 대해 "국회를 정부의 거수기쯤으로 여기는 발상"이라며 "아주 잘못되고 교만한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강경한 입장표명 이후 내심 세종시 수정쪽에 무게를 실었던 의원들도 입을 닫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제는 박 전 대표의 뜻이 확고한 정도가 아니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닌가 싶다"며 "이 문제는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이런 기류는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아슬아슬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구체적인 수정안을 내놓는다 해도 내용적 이견이 워낙 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수정안이 공개된 이후에는 양측의 충돌이 더 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와중에 당 지도부는 당내 갈등 진화에 부심했지만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확실한 안을 빨리 내놔야 한다.
어정쩡하면 논란만 계속될 것"이라고 했고, 장광근 사무총장은 "세종시 문제로 당이 분열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발 여권 내홍은 이미 불이 붙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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