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산업은행)은 지금 우리나라 금융권의 '리트머스 시험지'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오랜 정책금융기능을 떼어내고 지난지 달 지주회사체제로 역사적 탈바꿈을 한 산은금융지주는 한편으론 민영화, 다른 한편으론 내년 이후 긴박하게 펼쳐질 은행권 인수합병(M&A)의 중심에 서있다.
여기에 GM대우처리, 대우건설매각, 쌍용차정상화 등 굵직한 기업구조조정 작업도 떠맡고 있다.
그런 만큼 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고민도 깊을 수 밖에 없다.
그의 선택에 따라, 산업은행의 미래와 국내 은행권 판도, 기업구조조정의 향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가 2일 지주사 출범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청사진을 밝혔다.
기업구조조정 이슈
산은지주 전체 자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대기업 대부분의 채권은행이자 대주주다. 그만큼 산은지주의 의중이 향후 구조조정에 절대적인 셈.
우선 GM대우. 민 회장은 GM대우문제가'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청사진 제시 없이는 신규자금지원은 불가"라는 산은의 강공에 미국 GM본사 역시 최근 "산은 지원은 필요 없다"면서 맞불을 놓은 상황. 하지만 민 회장은 서두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GM이 배짱을 부리고 있지만 5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계약 등 향후 다가올 부담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협상테이블로 나올 수 밖에 없고, 산은으로선 GM대우의 미래와 GM의 태도변화를 봐가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매각주간사를 맡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과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문제는 "돌발변수가 없는 한, 올해 안에 잘 해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중인 쌍용자동차 문제도 언급하며, "매수 주체의 진정성과 인수 및 경영능력만 검증되면 상업성이 담보되는 한도에서 언제라도 지분참여, 투자비용 대출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산은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쌍용차와 대우건설 매각과정에 적극 참여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은행판도 재편
최대 관심은 산은의 짝짓기 파트너. 취약한 수신기반과 영업망 때문에 산은으로선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역시 외환은행이 꼽히는데, 이에 대해 민 회장은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지만 특정 은행만이 대상은 아니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역사적으로 위기 이후에는 항상 산업 재편이 있었다"고 말해, M&A추진을 기정사실화했다.
투자은행(IB) 출신답게 민 회장이 이날 가장 강조한 부분은 해외진출이었다. 지난해 결국은 무산됐지만 리만브라더스 인수를 시도했을 만큼, 그의 '금융수출'의지는 강했다.
IB분야의 강점을 살려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의 상업투자은행(CIB)가 되겠다는 게 현재 산은금융지주의 목표. 민 회장을 이를 위해 "수신기반을 범아시아권으로 넓혀 해외에서 확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과 동반 진출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2,3개 국가 금융기관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정부와 논의해 지주회사 상장 이전에 M&A를 완료할 것"이라는 구체적 일정까지 밝혔다. 이미 몇몇 곳과는 물밑에서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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