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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거장에 대한 오마주 새로운 고전의 만남

입력
2009.11.0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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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작 '쇼생크 탈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멋진 계략으로 탈옥에 성공하는 과정을 다룬 이 영화엔 유난히 눈길이 가는 장면이 있다.

앤디는 탈옥을 위해 자그마한 망치로 벽에 구멍을 내면서 생긴 돌 부스러기를 밑이 터진 바지 주머니를 통해 몰래 버린다. 참 기발하다고 무릎을 칠 이 장면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장 르누아르 감독의 '위대한 환상'(1937)에 빚지고 있다.

흔히들 '오마주'(Hommageㆍ프랑스어로 '존경' '경의'하는 뜻)라 한다. 거장의 과거 영화에서 한 장면을 얻어오거나, 특정 장면을 본떠 그 업적을 기리는 행위는 아마도 영화만의 한 풍습일 것이다.

한두 장면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간혹 영화 자체의 리메이크를 통해 오마주를 바치는 경우도 있다. 2003년 '엘리펀트'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받아 그 스스로도 거장의 자리에 오른 구스 반 산트 감독은 1998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 '싸이코'를 모사하다시피 리메이크했다. 히치콕이 사용한 숏을 거의 그대로 다시 스크린에 옮긴 그는 촬영기간(37일)까지도 히치콕의 '싸이코'에 똑같이 맞추려 했다. 산트는 "거장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의 표현"이라고 했다.

'옛날 옛적'(Once Upon A time)이란 말은 경의의 표시로 아마도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일 것이다. 미국의 히스패닉계 영화 악동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도, 한국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도, 그리고 각국의 그 숱한 '옛날 옛적'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영화들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8년작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West)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주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도 아주 오래된 농담을 구사하듯 '옛날 옛적'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시대를 앞서간 고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1960년대 충무로의 황금기를 이끈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와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가 다시 만들어진다. 오마주에 인색했던 한국 영화계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에 대한 예우가 될 듯하다. '하녀'는 시나리오를 둘러싸고 불거진 김수현 작가와 임상수 감독의 갈등이 우려도 되지만, 한국 영화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된 명작들의 재탄생을 기다리는 설렘은 남다르다. 한국 영화가 시간에 묻힌 옛 명작을 새로운 도약대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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