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ㆍ중ㆍ일이 추진하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지역평화의 균형자'로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의 독주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리광요(李光耀ㆍ86) 전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2일 보도했다.
리 전 총리는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중국은 앞으로 20~30년간 군사ㆍ경제적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고 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은 규모 면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며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지역의 균형자로 제 역할을 해야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주창한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의식한 듯 "지역 구상에서 미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라고 단호히 지적하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특히 "지난달 열린 중국 건국 60주년 행사 당시 공개한 중국의 현대화된 군사력에 깜짝 놀랐다"며 "미국이 아태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건인 중미 관계에서 협력과 경쟁은 공존하며 경쟁은 필연적이지만 분쟁은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APEC회의 참석과 아시아국가 순방에 앞서 리 전 총리의 관점과 미국에 대한 조언을 경청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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