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겨우 한 숨 돌린 산업계가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바로 신종 플루. 경기침체 같은 경제적 재앙이라면 원가절감이든 구조조정이든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신종 플루는 예방도 대책도 없다. 그냥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 아직 신종 플루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뚜렷한 건 아니지만, 기업들은 갈수록 확산되는 신종 플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놀이공원ㆍ여행업계 비상
신종플루의 타격을 이미 직접적으로 나타난 곳이 있다. 놀이공원과 여행업계다. 가을,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고 있지만 '신종 플루'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피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내놓고 이야기는 못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영세 여행업체들은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놀이공원의 경우, 이미 입장객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A 놀이공원 관계자는 "놀이공원별로 지난달 내방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0%나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향락철인 가을에 신종플루가 확산된 것이 입장객 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행업계도 업무차원에서 가는 해외 여행의 경우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지만, 단체 관광 여행의 경우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결혼 기념일을 맞아 해외로 나가려 계획했던 이들이나 오랜만에 오붓하게 가족만의 시간을 가지려 한 경우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가급적 붐비는 곳을 피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계의 경우 매출감소가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점차 매장이 썰렁해지는 분위기다.
안전확보 비상
기업들은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한 방안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예상 못한 비용'이라 그만큼 지출요인이 생긴 셈이다.
이미 8월부터 백화점 입구와 마트 주요 출입구에 손소독 청결제를 비치한 신세계는 카트나 유모차 관리 강화를 위한 소독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열감지기를, 롯데마트는 카드 소독기를 설치했다. 이에 따른 비용 증가 등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한 유통업체가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손소독 청결제와 소독 비용 등에 사용한 금액은 월간 1억원을 넘어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매장에 비치된 손소독 청결제와 항균 물티슈로 카트 손잡이와 손을 닦고 있다"며 "10명중 한명꼴이었던 매장에서 마스크를 쓴 고객들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공기순환시스템에 의해 공기가 2,000도의 열로 살균이 돼 실내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면서 괜한 불안감을 잠재우고 있다. 또 기내에서 운항 중엔 30분마다 화장실에 대한 방역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 현장도 신종플루의 영향을 받긴 마찬가지이다. 감염직원이 늘어날 경우 근무로테이션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결국 생산차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생산현장에서 신종 플루 확산차단을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는데,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최근 부서와 팀별로 '키맨'을 정해, 운영하고 있다. 매일 아침 자기가 맡고 있는 팀원들의 발열 및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하고, 신종플루 감염자로 의심될 경우 즉각 현장과 격리하는 일을 책임지는 역할. '키맨'은 현재 서울 양재동 본사 뿐 아니라 경북 울산과 충남 아산 등 생산현장마다 빠짐없이 임명된 상태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신종플루가 확산돼 근무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자칫 제 때에 차를 출고하지 못할 수도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매월 1회 실시하던 사무소 및 공장 소독을 최근 매주 실시하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감염자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다. 또 체온계를 대거 구입, 현장에서 바로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나눠주고, 손 소독제도 사무실 각 층과 로비 입구 등에 비치했다. 사내 방송 등을 통해 신종플루 예방법을 수시로 알리고 있는 것은 물론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다시 이를 반복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가을 체육행사 및 연말 워크숍도 자제토록 지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서울 서초동 본관과 수원ㆍ기흥ㆍ화성ㆍ탕정 등 국내 전 사업장에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했다. LG전자는 아예 국내ㆍ외 사업장과 법인에 '위기대응상황실'을 마련했고, 신종플루 위험 지역에는 출장 자제령을 내린 상태이다. 르노삼성차는 본인이 확진 진단을 받을 경우엔 유급 휴가, 가족이 확진 진단을 받을 경우에도 무급 휴가로 처리하고 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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