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윈도7' 성공의 척도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 회장이 2일 한국을 찾았다. 5번째 방한이지만 이번 방문은 의미가 남다르다. MS가 사활을 걸고 내놓은 컴퓨터(PC)용 운용체제(OS) '윈도7'의 성공 여부가 한국에 달려 있기 때문. 그래서 발머 회장은 아시아 순방 길에 한국을 제일 먼저 찾았고, 숨가쁜 하루 일정을 보낸 뒤 이날 저녁 중국으로 향했다.
왜 한국인가
MS 총수가 소프트웨어 홍보를 위해 직접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발머 회장을 비롯한 MS 경영진은'윈도7'에 모든 것을 걸었다. MS 관계자는 "윈도7은 MS 비즈니스의 생명줄"이라고 표현했다. OS는 PC에서 각종 소프트웨어를 작동하는 근간이자 MS의 소프트웨어 정책을 위한 플랫폼이기 때문. 따라서 OS인 윈도 시리즈가 흔들리면 MS는 존립 자체가 어렵다.
MS는 이를 한 번 경험했다. 2007년 내놓은 '윈도 비스타'는 전세계적으로 참패를 기록하며 MS 역사상 오점으로 남았다. 이 뜨거운 실패는 위기 의식과 함께 MS 경영진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달 22일 '윈도7'을 공개하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유럽 지역을 한 바퀴 돌고 곧바로 한국을 필두로 아시아 순방에 올랐다.
그가 한국을 첫 번째 관문으로 선택한 이유는 세계에서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가장 잘 돼 있고 반도체와 이동통신, 휴대폰 등 관련 기술이 앞선 IT 강국이기 때문. 그는 이날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인터넷 이용률이 높은 나라"라며 "이 같은 환경을 적절히 활용하면 사업자들은 윈도7이 지원하는 차세대 양방향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양방향 콘텐츠 서비스는'미디어센터' 프로그램과 인터넷으로 PC와 TV 등을 원격 관리하며 각종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윈도7의 핵심 기능이다. 발머 회장은 윈도7의 성공여부를 한국에서 테스트하기를 원했던 것. 한국이 MS의 사활이 걸린 윈도7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다양한 사업 제휴
그 바람에 발머 회장의 하룻동안의 방한 일정은 철저하게 윈도7 마케팅에 맞춰졌다. 오전에는 각 기업들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CIO들은 소프트웨어 구매 결정권을 쥐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발머 회장은 "윈도7은 효율적인 자료 관리로 기업들의 IT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며 윈도7을 선전했다.
그는 이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친환경 '그린IT'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전세계 직원들이 사용하는 PC용 OS를 전력 소모가 적은 윈도7으로 교체키로 했다.
그는 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만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지경부가 추진 예정인 '개방형 소프트웨어 학습센터'에 주요 협력사로 참여해 다양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윈도7과 MS의 성공에 한국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과거와 달리 이제는 MS에서 한국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에 발머 회장이 발벗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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