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3.5% 성장했다는 발표 소식에 29일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2.1%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하지만 3분기 미 경제의 '깜짝 성장'은 체감경기와 동떨어진 것이며, 미 정부의 사상 유례없는 경기부양과 금융구제의 일시적 효과에 불과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경고가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3분기 GDP 성적은 추상적 수치일 뿐"이라며 "여전히 경제 침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은 경기호전 발표에 오히려 분노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FT는 다음주 발표될 미국 10월 실업통계를 보면 이 같은 분노가 근거 있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고 예상했다. FT는 "10월 한달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화나거나, 좌절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9.8%인 현 실업률은 2010년 초반 10.3%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실업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금융계가 가장 먼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반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있다. 실업률은 계속 악화하고 있는데, 혈세를 쏟아 부어 겨우 되살아난 월가는 천문학적 금액의 보너스 잔치를 예고하고 있어 국민들 사이에 "화나거나 좌절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FT는 "미국인 대부분은 경제 침체의 원인을 월가의 탐욕 결과라 여기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전형적인 권선징악과는 달리 악당들에게 보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9일 미국의 GDP 깜짝 실적이 "기쁨 없는 회복"이라고 평가절하했다. GDP가 2007년 3분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중고차 현금 보상제로 인한 자동차 소비 증가와 주택 구입 시 8,000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 등 정부 부양책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GDP 성장에도 불구, 경제전망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와 함께 실시한 소비자 신뢰 조사 결과 '경제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미국인은 38%라고 보도했다. 반면'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미국인들은 28%에 그쳤다.
미국인의 체감경기에 대한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GDP 수치 개선에 상관없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1992년이 바로 그랬다. 대선일 몇 달 전부터 각종 경제수치는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야당후보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구호를 내걸고 일반 국민들의 체감경기 불만을 파고들어, 걸프전에서 승리한 현역 조지 부시 대통령을 무너뜨렸다. FT는 "GDP 성장 보다는 체감경기가 선거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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