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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본방송의 간접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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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일본방송의 간접광고

입력
2009.11.0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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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개정 미디어법 유효 결정으로 방송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 동안 금지했던 간접광고의 도입으로 방송광고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방송광고에 가장 관대한 나라는 아마도 일본일 것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간접광고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미국은 담배나 술 등 유해성 있는 상품을 제외하고는 간접광고를 허용하지만, 시민단체나 작가협회 등의 규제 요구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위해 드라마 만들어

일본은 간접광고를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의 범주에 포함시켜 방송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사업자들은 광고와 일반 프로그램에 특별히 차별을 두지 않기 때문에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 프로그램 편집의 자유를 간접광고에서도 맘껏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간접광고는 이런 행태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이 보기에는 황당한 수준이다. 매출액이 일본 최대인 한 민영방송사는 지난 달 13일부터 매주 화요일 <리얼 클로스(real clothes)> 라는 연속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옷에는 전혀 관심 없던 백화점 여성 직원이 여성복 매장에 근무하면서 옷 입는 센스와 일의 실력을 쌓아간다는 줄거리의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입고 나오는 옷을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인터넷 쇼핑할 수 있도록 한다.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방송사는 드라마가 주(主)고 의류 판매는 객(客)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옷을 팔기 위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또 다른 방송사는 4월부터 늦은 밤 시간에 일본 각계 명사들의 경영, 인생 철학 등을 짤막하게 소개하는 형식의 <익스크루시브 타임(exclusive time)> 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프로그램 시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멋지게 타고 나오는 차가 모두 BMW다. 이 프로그램은 협찬 광고사를 BMW재팬이라고 밝히고 프로그램 전후로 BMW 광고가 나온다. BMW의 호감도를 끌어 올리는 간접광고와 직접광고가 어우러진 광고용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도입이 유보되고 있는 중간광고도 일본은 매우 활성화했다. 특히 저녁 황금시간 대 인기 프로그램에는 클라이맥스에 거의 5분에 한 번 꼴로 중간광고가 삽입되는 경우도 있다. 광고 중간중간에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일본인들은 이런 방송광고 행태에 익숙해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다. 게이오(慶應)대학의 한 교수가 2002년 대학생 727명을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프로그램의 결정적인 순간에 삽입되는 중간광고가 "유쾌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이 81%나 됐다. 이때 등장하는 광고의 상품을 사고 싶다는 사람은 2.9%, 사기 싫다는 사람은 34%였다. 최근 미국 ABC방송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중간광고를 줄이기로 한 것도 지나친 방송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반영한 것이다.

광고 확대와 경쟁력은 무관

간접광고 허용 등을 포함한 미디어법 개정은 방송시장을 확대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의 경우를 봐서는 신문방송 겸업이나 광고시장 확대로 방송의 전체적인 경쟁력이나 질이 높아지리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광고 범람에 따른 시청권 침해, 광고주에 좌우되는 프로그램 편성 등의 폐해가 눈에 선하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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