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통합을 강화하는 리스본조약 시행의 마지막 장애물이 제거됐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29일 시작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체코에 대해 기본권 조항 예외를 인정해 달라"며 리스본조약 비준을 거부해온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리스본조약은 사실상 EU대통령 역할을 하게 될 임기 2년6개월의 EU정상회의상임의장직을 신설, 유럽정치공동체를 구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조약은 체코를 제외한 26개 EU회원국이 비준을 마쳤다.
하지만 체코는 조약 중 '국경을 막론하고 EU 시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한 조항이 제2차 대전 후 체코에서 쫓겨난 독일ㆍ오스트리아 후손들이 토지반환 요구에 나설 여지가 있다며 비준을 반대해 왔다. EU 정상들이 29일 이 조항에 대한 체코의 예외를 인정했기 때문에 체코의 리스본조약 반대 이유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레인펠트 총리는 정상회의 직후 "체코의 비준을 향한 문이 활짝 열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회 위원장도 "리스본조약 시행을 위한 마지막 장애물이 해소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체코의 예외조항 적용이 결정됨에 따라 내달 3일 체코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청구 심리(리스본조약이 체코의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묻기 위해 일부 의원들이 제기)에서 '합헌'결정이 내려지면 곧바로 대통령의 비준이 이뤄질 전망이다.
체코의 비준이 연내 마무리되면 조약은 2010년 1월 발효될 수 있어 EU회원국들은 최초의 EU대통령 선출 등 본격적인 유럽 정치 공동체 구성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언론의 관심은 누가 EU 초대 대통령에 선출될지에 쏠리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EU대통령 후보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꼽혀왔다. 하지만 29일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전 총리의 도전이 성공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블레어가 미국의 이라크전을 지지해 EU 내 갈등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따라 블레어 전 총리는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 등과 초대 EU대통령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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