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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24년 현역생활 은퇴하는 이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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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24년 현역생활 은퇴하는 이형택

입력
2009.11.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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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물든 가을 단풍만큼이나 그의 아쉬움 또한 짙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만면에는 평온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직도 충분히 코트를 누빌 수 있을 것 같은 건장한 얼굴에서, "이제 할 만큼 했죠"라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테니스 라켓을 쥐고 전세계를 내 집처럼 누볐던 지난 10년은 그에게 '아쉬움'이라기 보다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24년의 현역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는 한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33ㆍ삼성증권). 테니스 인생의 전환점에 선 그를 삼성증권배 국제남자 챌린지대회가 열리고 있는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29일 만났다.

미련 없는 은퇴

이형택은 지난 27일 이 대회 단식 1회전에서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그 경기는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역사를 다시 써 온 이형택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됐다. 원래 복식만 뛰려고 했던 전국체전에서 후배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식까지 뛴 게 화근이 됐다.

이형택은 1일 공식 은퇴식을 갖는다. 이형택은 "코트를 떠난다는 아쉬움보다는 '할만큼 했다'는 후련함이 앞서네요. 그 동안 테니스를 열심히 친다는 이유로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이름 석자도 빛났으니 미련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아내 이수안씨도 덩달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대회를 준비하느라 쉴 새 없이 몸을 만들고 심적 부담을 안아야 하는 남편의 모습을 이제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연년생 남매 송은(4)과 창현(3) 역시 아빠가 이제 매일 가족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한국 테니스의 아이콘

그저 운동을 좋아했던 강원도 소년 이형택은 횡성 우천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테니스 라켓을 처음 잡았다.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샘프러스나 애거시는 다른 세계 사람인 줄만 알았어요. 그저 국가대표만 되면 바랄게 없겠다는 심정이었죠."

'우물 안 개구리'였던 이형택은 삼성증권에 입단하고 주원홍 전 감독을 만나면서 세계 무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 군면제 혜택을 받으면서 이형택의 본격적인 세계무대 도전은 시작됐다.

US오픈 16강에 진출했고, 세계랭킹 36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2000년 본격적으로 ATP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이후 끝없이 이어진 떠돌이 생활은 외롭고 힘들었다. 그러나 이미 테니스는 그의 인생이었고,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의 중심축이었다.

후배들에게 보내는 쓴 소리

이형택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제2의 고향 춘천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곧 가족들도 모두 춘천으로 이사해 본격적으로 후진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요즘 이형택은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4시간 동안 선수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돕는다. 세계무대를 겨냥해 전담 영어교사까지 고용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 수준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디디는 이형택은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이형택은 "지금 후배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국내 선수 생활에 만족하는 면이 있다"며 "기본 체력이 월등한 서양 선수들과 경쟁하려면 체력과 정신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테니스의 박태환과 김연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 테니스를 세계 수준까지 끌어올린 이형택의 남은 목표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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