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상금 1억원이 걸린 국내 최대 기전 37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리그가 지난주 이창호와 원성진의 대국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국내 최고 타이틀 명인위를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인 결선토너먼트가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7월 14일 개막, 4개월 동안 매주 두 판씩 모두 30판이 치러진 올해 명인전 본선리그는 이변과 파란의 연속이었다. 개막전부터 마지막 판까지 매 판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특히 강동윤(20) 김지석(20) 홍성지(22) 김승재(17) 서건우(22) 안성준(18) 등 스무 살 안팎의 신예 강호들이 한데 모인 '소장팀' A조는 말 그대로 '죽음의 조'였다. 기존 랭킹이나 승률만 가지고는 전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이변이 속출했다.
우선 개막전에서 전기 준우승자이자 후지쯔배 우승에 빛나는 강동윤이 '17세 소년 장사' 김승재에게 일격을 당하더니 두 번째 판에서는 다승 및 승률 1위 김지석이 홍성지에게 힘없이 무너졌다.
결국 자타가 인정하는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강동윤과 김지석이 초반에 3연패를 당해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다. 대신 김승재가 4승 1패를 기록하면서 A조 1위로 결선에 올랐고 '상근예비역' 서건우와 지난해 물가정보배 우승자 홍성지가 3승 2패로 공동 2위가 됐다.
이들은 11월 3일 재대국을 치러 결선 진출자를 가린다. 명인전 본선리그 운영 지침에 따르면 '동률일 경우 기존 리그 서열에 따라 순위를 정한다'고 돼 있지만 '다만 결선 진출이 걸렸을 경우에는 동률 재대국을 치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원성진(24) 이창호(34) 한상훈(21) 최명훈(34) 윤성현(34) 안형준(20) 등으로 구성돼 30대가 무려 세 명이나 포진한 '노장팀' B조는 원성진 이창호 한상훈 등 상위 랭커 세 명이 나란히 2승씩 거두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종반에 접어들어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이미 3패로 결선행이 좌절된 윤성현이 이창호와의 대국에서 불리한 바둑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역전 반집승을 거둔 것.
이창호에게 이 패배는 무척 아팠다. 당장 결선 진출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랭킹 점수가 크게 떨어져 급기야 10월 랭킹에서 사상 처음 4위까지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래도 다행히 또 다른 동갑 친구 최명훈이 막판에 경쟁자인 한상훈을 잡아 주는 바람에 작년처럼 동률 재대국을 벌이는 사태는 면했다. 동갑 친구 때문에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이창호는 본선 리그 최종국에서 원성진을 이겨 둘이 똑같이 4승 1패로 리그를 마쳤지만 앞서 설명한대로 리그 서열에 따라 원성진이 B조 1위, 이창호가 2위가 됐다.
각조 1, 2위가 겨루는 결선토너먼트 대진표와 일정은 이미 정해졌다. 이창호가 11월 초에 삼성화재 4강전과 LG배 8강전에 잇달아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B조 1위 원성진과 A조의 홍성지_서건우 재대국 승자가 먼저 대결한다.
11월 10일과 12일에 준결승전 1, 2차전을 치르고 1 대 1이 됐을 경우 13일에 3번째 판을 둔다. A조 1위 김승재와 B조 2위 이창호의 준결승전 3번기는 11월 16, 18, 23일로 예정돼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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