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세종시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는데 대해 답답해 한다고 한다. 자신의 진의를 잘 몰라준다는 생각에서다.
청와대 참모들은 기자들과 만날 때면 “이 대통령이 만일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한다고 할 때 무슨 정치적 손해를 보느냐, 반면 수정안이 채택되더라도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수정안이 채택돼도 이 대통령이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수정안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충청권 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원안대로 처리하는 것이 야권 공격도 막고, 여권 단합도 이뤄내면서 충청권 지지를 더해 무난하게 집권 중반기 국정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논리도 편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의 생각은 수정안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는 듯 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원안 처리는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양심상 그럴 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측근은 “이 대통령은 원안대로 집행할 경우 국가적으로 커다란 문제점에 봉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당장은 몰라줘도 결국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측근은 “훗날 결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당분간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계속 수정안 쪽으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다. 당연히 세종시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여기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세종시 구상을 정 대표에게 알리면서 정치권 설득에 나서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운찬 총리를 통해서도 수정안에 대한 지지 여론 확산에 더욱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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