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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11년 만의 창작 발레 '왕자호동'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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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11년 만의 창작 발레 '왕자호동' 미리보기

입력
2009.11.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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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공주가 결혼하는 날인데 궁녀들이 슬퍼 보이잖아. 무대 나오기 전부터 감정을 실어봐."

28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내 국립발레단 연습실. 안무가 문병남씨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2막 '낙랑궁녀들의 춤' 장면을 반복시켰다. 공연을 3주쯤 앞둔 발레 '왕자호동'은 이렇게 완성돼가고 있었다.

'왕자호동'은 국립발레단이 11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 발레다. 3년이란 발레단장의 임기 때문에 장기 계획을 요하는 창작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2007년 6년 만에 다시 국립발레단장으로 온 최태지 단장은 1988년 공연한 '왕자호동'의 재창작을 2년 전부터 준비했다. 당시 최 단장은 낙랑공주, 안무가 문씨는 왕자호동 역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제목만 같지 내용은 완전히 다른 재창작이라 할 만하다. 계속 수정 중인 '왕자호동'의 주요 장면과 특징을 소개한다.

'낙랑군과 고구려군의 전투'

1막 1장. 낙랑과 고구려의 각 12명의 군사들이 군무를 춘다. 낙랑군의 선두에는 필대장군과 최리왕, 고구려는 왕자호동과 대무신왕이 위용을 드러낸다. 총 28명의 남자 무용수가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남성미를 강조하는 발레 '스파르타쿠스'와 같은 규모다.

양측 군사는 플라스틱 방패와 나무 칼을 들고 온갖 동작을 선보이며 현란한 전투 신을 연출한다. 낙랑군의 의상은 물과 달을, 고구려군은 불과 해의 이미지를 사용해 대립구도를 강화한다.

'흰사슴의 춤'

1막 4장. 고구려를 무찌른 최리왕은 사냥대회를 연다. 호동은 활로 영물인 흰사슴을 명중시키는데, 비장한 음악에 맞춰 흰사슴은 죽어간다. 흰사슴은 상반신을 훤히 드러내고 하반신은 주요 부분만 가린 채 여리고 슬픈 춤을 춘다. 현대무용가 차진엽씨가 안무한, 뿔을 표현한 손동작이 인상적이다. 2막 곳곳에 등장하는 죽은 흰사슴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호동과 낙랑공주의 파드되'

1막 6장. 남녀 주인공의 파드되(2인무)는 어떤 작품에서든 하이라이트가 된다. 주역들이 가장 신경 쓰는 장면이니만큼 호동과 낙랑공주 역을 맡은 무용수 3쌍의 특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김주원ㆍ김현웅이 정확하게 계산된 동작을 통해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김지영ㆍ이동훈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은 감상적이다. 주역으로 첫 데뷔하는 ABT(아메리칸발레시어터) 출신 박세은ㆍ이영철은 가냘픈 낙랑공주와 듬직한 호동을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조합이다.

고전발레 한 편을 보는 듯

2막 7장. 파드되, 남 솔로, 여 솔로, 마무리로 구성된 '그랑 파드되'와 줄거리 없이 다양한 춤을 병렬시키는 '디베르티스망'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등 고전발레에서 주로 사용되는 양식이다. 이 장에서는 낙랑공주와 호동의 결혼을 축하하는 각 부족들의 춤과 두 주인공의 그랑 파드되를 선보인다. 특히 생황, 거문고 등 국악기를 사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두 남성 무용수가 흰 천 아래서 쌍둥이 춤을 추는 '비조의 춤'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북을 찢는 낙랑공주'

2막 11장. 작품의 클라이맥스. 무대감독인 신선희 전 국립극장장은 낙랑공주가 북을 찢는 장면에 무게를 두고 고심 중이다. 플라스틱 필름에 북 영상을 보여주면서 필름을 찢는데, 그 틈 사이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면 모든 음악이 멈추고 비극으로 치닫는다.

이 밖에 무용수들이 국기원 지도위원에게서 한 달 간 배운 태권무, 손을 이마에 댄 동양식 인사도 발레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장면으로 꼽힌다. 총연출은 우리춤 찾기의 선두주자 국수호씨가 맡았고, 의상은 중국 발레 '홍등'에 참여한 제롬 캐플랑이 디자인했다. 동서양 음악을 조화시킨 작곡가 조석연씨의 작품을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11월 18~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7-6181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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