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사이저가 흉내 못 낼 오르간이란 악기의 매력과 가능성을 알리고 싶어요." 오르간 주자 박옥주(38)씨가 '오르간으로 듣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콘서트를 연다. 지난해 '운명'을 신호로 클래식 명곡을 오르간용으로 편곡, 연주하는 콘서트를 선보인 박씨의 두 번째 행보다.
"원작을 오르간에 맞게 재창조하는 거죠. '합창'은 20여개 악기가 쓰인 곡이니 생략은 물론 창조도 불가피했죠." 음역이 2가지뿐인 팀파니의 경우 오르간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음을 집어넣어야 했다.
이번 콘서트를 결심하게 된 데는 경동교회라는 장소가 갖는 매력이 결정적이었다. "설계 때부터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오르간을 염두에 두고 음향학적으로 고려한 곳이죠." 가격이 10억~30억원에 달하는 오르간은 플루트, 오보에, 트럼펫, 바이올린, 첼로 등의 음색을 기본으로. 단추(stop)를 조작하는 데 따라 소리를 다양하게 배합할 수 있다. "악기와 소통한다는 느낌이 좋아요." 신시사이저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박씨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현장감으로 알려진 연주자이기도 하다. 작년 연주회 때 영화 '미션'의 주제가를 들려줘 갈채를 받은 것은 한 예다. 2000년 독일 프라이부르크국립음대 연주회 당시에는 리스트의 오르간 곡 '아드 노스'를 연주, '정열의 오르가니스트'라는 평을 들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박씨의 독주 70여분 뒤에 90여명으로 이뤄진 합창단이 '합창'의 4악장을 부른다. 11월 9일 오후 7시30분, 경동교회. (02)2274-0161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