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재 글ㆍ사진 한길사 발행ㆍ352쪽ㆍ2만원
공자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의 한옥 사랑은 알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 즐기는 데 이르렀다.
그는 한옥을 놀이터 삼아, 창(窓)을 장난감 다루듯 갖고 논다. 한옥의 창은 일종의 액자와 같아서 이리저리 열고 닫을 때마다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그 변화무쌍함을 즐기는 것이다.
그는 "한옥의 창문이란 놈은 참으로 묘해서 열리는 정도ㆍ방식ㆍ방향 등에 따라 별의별 다양한 재주를 다 부린다"며 "방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창을 끊임없이 여닫아봐야 비로소 한옥의 진수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 는 그 재미난 놀이의 진경을 펼쳐 보인다. 대학시절부터 20년 넘게 전통건축 답사를 다닌 오랜 내공의 결실이다. 나는>
창이 만들어내는 한옥의 풍경작용을 그는 차경(借景), 장경(場景), 자경(自景), 중첩, 족자, 거울작용, 몽타주, 콜라주, 바로크 등 여러 개념으로 분류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거기서 한국적 정신과 문화를 읽어내고, 서양의 전통과 비교하는 인문학적 접근도 빠뜨리지 않는다.
5권짜리 서양건축사 같은 본격적인 학술서부터 대중적인 건축문화 비평서에 이르기까지, 무려 37권의 책을 부지런히 써내면서 탁월한 글솜씨를 보여준 저자답게,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도 알기 쉽고 매끄럽게 설명한다. 직접 찍은 사진 160여 컷을 실어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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