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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허무니 주차공간 늘고 골목 깔끔 '새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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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허무니 주차공간 늘고 골목 깔끔 '새 동네'

입력
2009.11.0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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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 사는 이모(36)씨는 요즘 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집 담장을 모두 허물어 탁 트인 느낌이 드는데다 집 앞 골목길도 훨씬 넓어졌기 때문이다. 칙칙하던 시멘트 보도블록도 녹색과 노란색, 파란색 등 안내 선이 새겨져 깔끔하게 정리됐다. 허물어진 담장 안 쪽에서 주차를 하게 돼 자녀들 등하굣길도 안전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골목 풍경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이 지역은 3층 높이의 다세대주택이 폭 3m 정도의 도로를 마주하고 양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전형적인 주택가 골목이었다.

차 한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도로에 담장까지 높게 쳐져 답답하고 삭막한 느낌이었다. 이씨는 "그 동안 주차문제로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거나 보행할 때도 주차된 차량을 피해 다니느라 불편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마치 새 동네로 이사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주택가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그린파킹' 사업이 주민들 호응 속에 확대되고 있다. 그린파킹 사업은 주택 담장을 허물어 주차장을 확보하자는 게 그 취지.

2004년 시행 이후 올해 9월까지 주택 1만8,453동의 담장을 허물어 주차면 3만4,665면이 조성됐다. 매년 5,000면 안팎의 주차면적이 새로 생긴 셈이다.

시는 주택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동안 공동주차장 건설을 확대해 왔지만 부지확보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공동주차장 조성비용은 면당 5,000만~1억 원이나 필요해 시 예산만으로는 주차장 건설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린파킹사업 사업은 부지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투리 땅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좁은 골목길로 만성적인 주차 난에 시달리는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밀집된 지역에서 이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담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보기 흉했던 차량들이 담장 안쪽으로 이동해 주차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길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시에서는 주민들이 자기집 담장을 허물어준 대가로 주차 1면을 확보할 경우 가구당 7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주차 공간 확보 뿐 아니라 다른 부대효과도 많다. 자치구는 집 주인과 상의해 담장 안쪽 부지에 녹지공간과 화단 등을 조성해 집 앞 분위기를 확 바꾸었다.

영등포구의 경우 집집마다 무인 자가 방범시스템과 창문 자동 잠금 장치를 설치해줘 보안문제를 해결했다. 실제로 담장을 허문 동네는 범죄가 이전보다 확 줄었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 태양광등, 빗물받이, 악취방지기, 음식물쓰레기통부스 설치 등도 무료로 설치된다.

양평동에 사는 권모(51)씨는 "담장을 허문다기에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웃주민들이 한 울타리에 안에 사는 것 같아 유쾌하다"고 말했다.

시는 그린파킹사업의 지원확대를 위해 향후 주민참여를 촉진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 참여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린파킹사업 참여를 원하는 가구는 시 도시교통본부 주차계획담당관이나 거주지 자치구 그린파킹 담당부서로 문의하면 된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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