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기부양 효과가 점차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일까.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3대 경기지표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1년 전에 비해 11%, 설비투자는 5.8%, 소비재 판매액은 6.7%씩 늘었다. 무엇보다 소비 지출이 살아나는 조짐이 고무적이다.
기획재정부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의복 구매가 작년 동월대비 1.6% 늘어나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신발과 가방도 4.8%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은 8.1%나 치솟았다. 특히 '경기의 바로미터'인 신사복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의류 신발 등은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키울 만 하다.
하지만 성장의 속내를 살펴보면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9월 생산 증가분의 26%, 소비 증가분의 79%가 신차(新車) 출시와 세제혜택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했다. 산업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높은 성장세를 견인한 또 하나의 요인은 환율 효과에 따른 수출 호조였다. 그러나 4분기에는 국제유가와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
우리 경제가 본격 회복하려면 소비가 더 건실해져야 한다. 그런데 소비 증대가 지속되기에는 위험 요인이 너무 많다. 우선 금리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금융위기 때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자는 '출구전략' 주장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700조원을 웃돈다. 가계의 이자비용 증가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도 변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향후 두 분기 동안 신종 인플루엔자가 지속되면 여행 관광 음식점 등의 수요 감소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5.6%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주체 모두가 다가올 소비 위험요인을 바로 보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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