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남영호(32)씨가 타클라마칸 사막을 세계 최초로 도보 종단하는 데 성공했다.
남씨는 지난달 3일 사막 남단의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허톈(和田)을 출발해 하루 평균 25km를 걷는 강행군 끝에 21일 450㎞ 떨어진 북단의 카자흐스탄 아랄에 도착했다. <왕오천축국전> 에 따르면 신라 고승 혜초는 이 경로를 따라 여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왕오천축국전>
낙타와 지프를 이용해 이 사막을 건너는 경우는 많지만 도보로 전 구간을 종단한 것은 남씨가 처음이다. 남씨는 2006년 유라시아 대륙 1만8,000㎞ 자전거 횡단에 성공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 탐험가다.
29일 귀국한 남씨는 1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언덕뿐인 사막에 들어섰을 때 첫 감정은 '공포' 그 자체였다"며 "하지만 사막에 익숙해지면서 이 불모지에도 도마뱀 토끼 노루 등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는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고 벨벳에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한 밤하늘의 별이며 스멀스멀 움직이는 모래언덕의 아름다움에 취했다"고 말했다.
당초 남씨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할 예정이었으나 분리 독립 문제로 중국 정부와 내분을 겪고 있는 위구르자치구 당국이 보안상의 이유로 기기를 압류하는 바람에 나침반과 머리 속에 든 지식만으로 사막을 종단해야 했다.
또 첫날부터 방향을 잘못 잡아 내륙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길을 잃고 헤매는가 하면 식량이 떨어져 토끼를 잡아 먹기 위해 쫓다가 결국 허탕을 치고 기진맥진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남씨는 "이번 타클라마칸 종단은 시작일 뿐"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탐험에서 찍은 사진 2,000여장과 영상 등을 탐험대 블로그(http://blog.naver.com/explorer05)에 올려 공개하는 일이 끝나면 내년 초 혜초의 전 여행 경로를 3, 4개월에 걸쳐 따라가는 대장정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한국인 조차도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는 알면서 혜초의 의미는 잘 모른다"며 "다음 작업은 혜초를 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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