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프레스코가 아닌 템페라 기법으로 그려지는 바람에 완성된 지 불과 20년이 지나자 안료가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수많은 덧칠로 형상을 판별하기 힘들 지경이 되었고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도 빵과 포도주 외에는 식별되지 않았다. 수많은 화가들이 '최후의 만찬'을 모사하면서 만찬에 어울릴 요리를 제멋대로 그려넣었다. 최후의 음식답게 먹음직스런 고기 요리와 생선 요리가 많았다.
예전에 가끔 친구들끼리 둘러앉아 지구 종말의 날이 온다면 무엇을 할 거냐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유명한 경구 때문일까,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온난화가 계속되다가는 그때쯤 이미 사과나무는 사라지고 종자 또한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구 종말의 위기감은 사라지고 음식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대부분 값비싼 음식이거나 먹어본 적 없는 음식들이었다. 예수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알았다. 그라면 생의 마지막 음식으로 무엇을 먹었을까. 그 맛을 떠올리면 군침이 도는 음식. 아무래도 한번도 먹지 않아 맛을 알지 못하는 음식이 아니라 평소 즐겨먹던 음식이 아니었을까. 본격적인 복원 작업을 통해 드러난 '최후의 만찬'. 주요리는 평소 예수가 즐겨먹었던 물고기 요리였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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