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는 요즘 세종시 얘기가 쑥 들어갔다. 청와대의 수석급 참모진과 비서관, 행정관 모두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모른다"거나 "총리실에서 관장하는 문제"라면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세종시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종시 문제로 여권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분열상이 나타나자 아예 청와대는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내부적으로 '함구령'을 내린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실에서 다루는 문제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새 나오면 마치 청와대가 그림을 다 그려놓고 배후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석에서라도 의견을 말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얼마 전 청와대의 한 참모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사견을 말한 것이 공식 입장처럼 보도돼 혼란을 빚은 적이 있어 더욱 입 단속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세종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충청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고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포항시나 구미시 같은 산업도시 형태에다 의료기관, 대학 등 자족기능을 갖춘 첨단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청와대가 생각하는 세종시 수정안의 골자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세종시에 대한 정부의 밑그림을 대충 짐작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혼란을 막자는 것이지만, 실제는 세종시 수정론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때까지는 논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와대는 정운찬 총리를 앞세워 세종시 수정안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여야 정치인들을 만나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간다면 수정안 지지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수정안 지지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될 때가지 전면에 나서지 않다가 적절한 시점에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국민을 상대로 한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의중이 읽혀진다.
청와대 함구령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이 모양새 좋게 나설 시점까지 청와대 참모들은 미리 김을 빼거나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자중하라는 뜻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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