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런던 등 지음ㆍ조윤경 옮김 예지 발행ㆍ462쪽ㆍ1만9,800원
이상주의적 태도로 땅과 물을 대하는 것은 정복의 대상으로 그것을 인식하는 것 못지 않게 위험하다.
새만금 개펄이 산 채로 평토장 당하고 천성산 무제치늪이 말라 거북등이 될 때, 숭고한 자연주의자의 명분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슬프고 답답한 노릇은, 지키고자 하는 땅에 뿌리내린 사람들이 늘 그 지킴을 거부한다는 사실.
아마도 살리려는 대상에 그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가벼이 포함됐기 때문일 것이다. <숲 그리고 희망> 은 그런 반성을 아마존의 원시림을 배경으로 풀어낸 책이다. 두 저자가 아마존을 처음 찾아간 것은 1980년이었다. 현재 미국 워싱턴 DC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마크 런던과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의 편집장으로 있는 브라이언 켈리인데, 그때 둘은 패기 넘치는 저널리스트였다. 숲>
지구의 허파로 남은 아마존 밀림을 지켜야 한다는, 이들의 이상과 목적은 1980년이나 이 책이 저술된 2005년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25년이라는 세월은 이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줬는데, 그것은 "사람을 살려야 숲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브라질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대통령과 환경부장관부터 아마존의 대농장주, 기업인,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원주민, 갈아 먹을 땅을 찾아 이주해 온 농민들까지 다양하다. 저자들이 목격한 것은 자본논리에 의한 거대한 파괴뿐만이 아니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길을 닦고, 숲을 태울 수밖에 없는 삶의 무게가 아마존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역만리 떨어진 파리와 베를린, 뉴욕의 생태주의 목소리가 얼마나 공허한 울림을 갖는지,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들은 아마존을 진정으로 보호하고 싶다면, 이곳에 뿌리 내린 2,000만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들의 삶에 닿지 않는 구호와 설교는 오히려 아마존의 파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것이다.
"철책을 두르고 인간의 접근을 금하는 것보다, 아마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땅을 좋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반복된다. 4대강 사업이니 하며 생명의 가치가 무참히 무너질 위기에 처한 한국 땅의 환경운동가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주는 책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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