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결선투표를 앞두고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과 경쟁하던 압둘라 압둘라 후보가 1일 결선투표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8월 대통령 선거 이후 부정선거 논란과 재검표 등을 거치며 수개월 째 이어온 아프간 정국 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유엔은 "시의 적절한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고 결선투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카르자이의 재임이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압둘라 후보는 이날 수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선거를 위한 나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투명한 선거가 불가능하므로 국민은 현 선거관리위원회가 치르는 대선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압둘라 후보는 현 선관위원장인 아지줄라 로딘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달 31일까지 그를 해임할 것을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그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내무, 교육, 부족 담당 장관의 경질과 1차 투표에서 대대적 부정투표가 행해진 유령 투표소의 폐쇄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모든 요구가 거절됨에 따라 압둘라 후보는 결선투표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후,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 후보가 조용히 물러나는 방법 대신 선관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은 아프간 정국에 예측 못할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 "선관위에 대한 비난은 카르자이 정부의 합법성에 상처를 내고 폭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분노한 압둘라 지지자들의 폭력사태를 배제할 수 없고 탈레반이 더욱 활개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압둘라의 선거 포기가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모호한 상태다. NYT는 아프간 관료를 인용해 "결선 투표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로이터통신에 "헌법상 카르자이 단독후보로 결선투표를 치른다 해도 문제는 없지만, 이 경우 카르자이는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의식한 듯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31일 이스라엘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포기가 합법성을 해하지는 않는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결선투표를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결선투표는 합법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치든 결국 카르자이의 재집권이 확실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AFP는 "카르자이가 재임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결선투표의 정상적 실시가 요원해지면서 아프간 파병 규모를 둘러싼 오바마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합법성을 인정받는 아프간 정부 수립이 급선무다. 워싱턴포스트는 "아프간 정상화를 위해서는 군사 활동의 파트너로서뿐만 아니라 아프간 국민들이 탈레반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길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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