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에 오른 작가 5명의 작품 소개와 인터뷰를 오늘부터 게재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되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된 소설을 대상으로 한 2009년 한국일보문학상은 지난달 22일 예심에서 5명의 작품을 본심 후보작으로 골랐다. 최종 수상자와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중순 발표할 예정이다.
"철이라는 금속과 노동, 노동자, 집단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대화를 비판하고 현실을 비틀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투쟁의 대상으로서의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을 다룬 노동문학이나 본격적인 리얼리즘 소설은 아닙니다."
김숨(35)씨의 <철> 은 조선소가 들어선 한 지방 소도시의 흥망성쇠를 서사의 축으로 물신화와 인간소외 등 산업화의 부정적 측면을 환상적 기법으로 조망한 장편소설이다. 철>
"4살 때까지 울산에 살았다고 해요. 어린 제가 조선소 앞에 가서 퇴근하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만, 사실 그곳에 대한 기억은 별로 남아있지 않아요. 소설을 쓰기 위해 울산 조선소를 견학하기는 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지도 않았어요."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작가의 직접적 체험의 산물은 아니다.
파업과 노동문제, 조선소 노동자들의 질병, 노동자 집단 해고 등을 다룬 사회과학 논문이나 노동단체 보고서 등이 소설의 뼈대가 됐다. "학교 다닐 때 전혀 운동권이 아니었어요. <철> 은 초고에서는 노동 문제를 깊이 다뤘지만 나중에 손질을 많이 했습니다"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김씨와 그의 작품은 '오랜만에 보는 사회파 작가'(신수정) 혹은 '산업화 시대에 대한 반성적 재평가와 관련된 서사적 기획'(우찬제)이라는 평을 받았다. 철>
그리고 특이하게도 김씨 작품의 매력은 서사의 힘이나 인물의 역동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남미 문학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시키는 강렬하고 기괴한 이미지가 등단작(1998년 '느림에 대하여')부터 <철> 에 이르기까지 김씨 소설을 추동한다. 인물 간의 유기성이 다소 성글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불편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철>
특히 전작인 장편 <백치들> 에서부터 보이는 '아버지 세대'를 상징하는 노쇠하고 무력한 육체노동자에 대한 묘사는 압도적이다. <철> 에서 조선소의 늙은 노동자 김만도가 노동으로 혹사된 자신의 손을 응시하는 장면은 김숨 소설의 힘의 원천을 엿보게 한다. "손등 곳곳에 검붉은 흉터가 벌레처럼 달라붙어 있었다…가운뎃 손가락은 씹다 만 고깃덩이처럼 납작하게 으스러져 있었다… 시퍼런 핏줄이 덩굴줄기처럼 그악스럽게 손등을 휘감고 있었다." 철> 백치들>
미국 아이오와대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소설가인 남편 김도언(37)씨와 함께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씨는 "'소년과 나무'라는 경장편 소설을 집필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이곳은 거의 모든 문들과 창들이 꼭꼭 닫혀 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히치콕의 얼굴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는 그는 "일상에는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넘쳐나는데, 남들보다 그것들을 더 잘 보고 더 잘 기억하는 것 같다. 그것이 내 소설을 끌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약력
▦1974년 울산 출생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 각각 당선 등단 ▦장편소설 <백치들> <철> , 소설집 <투견> <침대> 등. 침대> 투견> 철> 백치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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