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리드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공보험(퍼블릭 옵션)'을 상원안에 포함시키겠다고 전격 선언한 데 이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공공보험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건강보험 개혁안을 둘러싸고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 공화 양당이 죽기살기로 싸울 만큼 공공보험이 개혁안에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초당적 의회 경제조사기구인 의회예산국(CBO)은 공공보험이 도입되더라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전체 대상 중 2%에 불과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공공보험이 보험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처럼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극렬하게 싸우고 있는 정치권을 머쓱하게 만들 수 있는 수치다.
CBO에 따르면 공공보험 대상자는 65세 이하의 2억 8,200만명이지만, 실제 공공보험을 선택할 사람은 2%인 6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부분은 회사제공 보험이나 개인 보험에 그대로 남을 것이고, 무보험자 중 일부는 앞으로 확대될 메디케이드(저소득층ㆍ장애인 대상 정부 공적의료부조)로 흡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나마 하원이 추진하는 공공보험은 10년 뒤인 2019년이나 돼야 실행될 전망이고, 상원의 공공보험은 하원안보다도 약한 것이어서 공공보험 논란의 실체를 둘러싼 비판이 따른다.
건강정책에 관한 비영리기관인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의 드루 알트만 회장은 "공공보험 논란은 중요성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며 "보험료 인하나 보장범위 확대 등 근본적 문제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보험은 사실 '전국민 의료보험(universal health care)'의 기치를 내건 건보개혁의 핵심으로 주목됐었다. 정부가 직접 보험시장에 진출해 민간보험과 경쟁하면 결국 높았던 보험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고 국민은 생각했다. 공공보험에 대한 지지여론이 60~70%에 달한 것은 이런 희망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공공보험에 가입하더라도 개인이 내야 할 비용이 생각보다 높아진다는 점이 '공공보험 한계'의 주된 이유이다. 종업원에게 지출되는 과도한 의료비용에 허덕이는 기업들도 공공보험 도입시 정부가 과연 어떤 청구서를 내밀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종업원에 대한 '의료 통제권'만 정부에 넘겨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건강보험)와 메디케이드, 기업보험, 민간보험 등으로 갈갈이 나눠진 보험시장에서 공공보험에 대해 한쪽은'미다스의 손'이라도 되는 양 선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죽음의 위원회'라며 공포심리를 조장한다. 결국 실체가 빈약한 공공보험의 효과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난리를 치는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내년 중간선거 승리만이 지상과제인 정치권에서 공공보험은 건보개혁을 관철시키거나 좌초시켜야 하는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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