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방미로 시작된 북미 실무접촉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리 국장은 24일 뉴욕에서의 성김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의 접촉과 26~27일 샌디에이고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30일 뉴욕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의 토론회 등 공식ㆍ비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2일 북한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지만, 미국이 "성김 특사와 리근 국장이 다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기대했던 뉴욕에서의 추가접촉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뉴욕회동과 토론회를 통해 북미 양자대화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일부 의제에서 의견차를 상당히 좁힌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의 소식통은 "한계도 있었지만, 분명히 성과도 있었던 만남"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대화 상대는 김계관 부상이 아닌 강석주 제1부상이어야 한다는 미측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6자회담 복귀 문제에서도 전제조건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즈워스의 11월말 평양 방북' 보도는 미국이 이번 접촉을 통해 양자대화에 대해 갖고 있던 부담을 상당히 덜었다는 관측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한계도 거론된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선 경제지원과 대북제재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국장도 "경제적 신뢰구축"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미 양자회담의 상황을 지켜본 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것"이라며 제시했던 회담 복귀 '조건'도 경제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경제지원 등도 난제지만 이번 접촉에서 북측이 비핵화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 것도 양자대화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번 접촉 이후 북미 양자대화의 향배는 미국이 열쇠를 쥐게 됐다. 아직은 미국이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북한의 태도가 양자대화에 가속도를 낼 만큼 만족할 만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뉴욕 추가접촉을 거부한 것은 북한에 제시할 카드가 현재로서는 없다는 방증이다.
워싱턴과 뉴욕의 대북전문가들은 미국이 양자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체면'을 살려주는 문제가 고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자대화를 한차례로 국한할지, 또 양자대화와 6자회담 사이에 '중간지대'를 둘 지 여부 등이 고민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뉴욕=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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