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도 결국은 강남이었다.
20여일이 넘는 청약일정 끝에 지난 29일 마감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고 입지여건이 좋아 시작 전부터 '반값아파트'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청약열풍은 당첨만 되면 분양가만큼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서울 강남권(강남 세곡지구와서초 우면지구)으로 집중됐다.
이들 지구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3자녀 우선공급 ▦일반공급 1순위 등에서 모두 첫날 마감이란 행진을 이어가며 청약열기를 확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수도권 2곳(고양 원흥지구, 하남 미사지구)엔 시세보다 30%나 저렴한 분양가 메리트에도 불구, 청약 열풍은 전혀 없었고, 마감일까지 가서야 간신히 전체 가수수를 채웠다.
이처럼 강남 청약 쏠림이 심화하면서 정부가 '친서민 주거정책'의 간판정책으로 내건 보금자리주택의 본래 취지는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복잡한 청약 방식 개선돼야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에게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취지에 따라 청약 대상과 자격, 일정을 세분화해 공급에 들어갔다.
기관추천, 3자녀, 신혼부부, 노부모 봉양가구, 생애최초 등 특별ㆍ우선공급의 종류만 6개에, 청약저축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공급까지 합하면 7개에 이른다.
청약자격이 세분화되면서 장기 무주택자들에게 당첨 기회가 넓어졌지만, 역으로 이런 복잡한 요건 때문에 자신의 청약 가능 여부를 스스로 파악하기조차 어려워 청약에 애를 먹은 경우도 상당수다.
특히 주택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채 특별공급 물량을 배정해 정작 해당지역의 주택이 필요한 수요자들에게 고루 주택이 돌아가지 않는 불균형이 나타나기도 했다.
복잡한 청약 자격과 공급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일단 3자녀 특별공급 물량의 지역별 배정비율을 조정하고, 기관추천 특별공급은 대상자 선정 인원을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또 복잡한 특별ㆍ우선공급 제도를 지금보다 단순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시세차익 논란
높은 시세차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강남권의 청약집중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값싼 주택 공급이란 취지와 과도한 시세차익이란 부작용이 동전의 양면처럼 대립할 수밖에 없지만, 보금자리주택이 '로또' 아파트란 꼬리표를 달지 않으려면 당초 취지는 살리되 시세차익은 제대로 환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강남권 당첨자들에 대해서는 '전매제한 10년, 의무 거주기간 5년'의 제약이 따라붙지만, 이런 단순한 조건만 채우면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
서민을 위한 값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의 취지가 강남권에 대해서는 달리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보금자리주택이 갖는 이 같은 '로또'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매제한 10년과 의무거주 5년이란 조건이란 시세차익 환수방안을 두고는 있지만 조건만 채우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은 사실상 당첨자 몫"이라며 "과도한 이익을 공공이 회수하지 않고 개인에게 주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부분은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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