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가 1-2로 뒤진 7회말 무사 1ㆍ3루 위기.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스에 이어 등판한 투수는 마운드에서 심호흡을 크게 한 뒤 감격의 첫 공을 뿌렸다. 박찬호(36ㆍ필라델피아)가 미국 진출 15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는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시 뉴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에 불펜 투수로 등판해 3분의1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한양대 2학년이던 지난 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꼭 15년 만에 꿈을 이뤘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누릴 수 있는 갖은 경험을 다 한 박찬호지만 '신이 점지해준' 월드시리즈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샌디에이고 시절이던 2006년 디비전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현 소속팀 필라델피아에 막혀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2001년 애리조나 소속으로 우승 반지를 끼었던 김병현(30ㆍ전 피츠버그)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최고 무대를 경험한 선수가 됐다.
박찬호는 첫 타자 호르헤 포사다를 상대로 148㎞ 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뿌리며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그러나 4구째 바깥쪽 147㎞ 짜리 싱커를 던지다가 중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아쉽게 실점했다. 박찬호는 다음 타자인 데릭 지터를 스리 번트 아웃으로 요리한 뒤 스콧 아이어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총 7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8㎞. 실점은 마르티네스가 내보낸 주자라 자책점은 아니었다.
경기는 양키스가 홈런 두 방을 앞세워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마르티네스와 양키스의 13승(9패) 투수 A.J 버넷의 팽팽한 투수전은 홈런으로 갈렸다. 필라델피아는 2회초 2사 2루에서 맷 스테어의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지만 4회말 양키스 선두 타자 마크 테셰이라의 우월 솔로포로 1-1 동점이 됐다. 양키스는 6회말 다시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가 마르티네스의 낮은 커브볼(시속 119㎞)을 걷어 올려 우월 결승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두 팀의 3차전은 1일 필라델피아의 홈구장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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