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계획 수정방침에 쐐기가 박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거듭 단호한 반대를 표명, 수정에 불가결한 관련법 개정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박 전 대표는 그제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을 개인적 정치신념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며 "동의라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구해야지 나한테 구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적 신의를 강조한 자신의 '원안 플러스 알파'주장에 정운찬 총리가 "정치적 신뢰 이전의 국가 대사인 만큼 직접 만나 박 전 대표를 설득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박 전 대표의 지적에는 공감할 점이 많다. 우선 정 총리는 "의회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총리가 되기 전이라면 얼마든지 개인적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총리의 국정 행위라면 엄연한 실정법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피해야 한다. 국민과 국회를 설득할 의지와 자신이 있으면 정부측의 법 개정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명품도시' 건설 주장으로 지역주민과 여야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면 착각이다.
박 전 대표는 '유령도시'우려에 대해 "유령도시가 될 줄 알면서도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약속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최근의 논란 과정에 참뜻이 흐려졌지만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애초 행정부처 몇 개만 덩그러니 놓인 '행정도시'가 아니다. 행정부처 이전을 지렛대로 연구소와 교육기관, 관련 민간기업의 이전을 촉진해 자족기능을 갖춘 복합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행정중심'을 포기해야 '복합도시' 건설이 가능한 것처럼 말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정 총리는 소신을 피력하기보다 법에 따라 이전 대상기관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서둘러야 옳다. 그 과정에서 도저히 풀기 어려운 난점이 드러나 일부 손질이 불가피하다면 비로소 국회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헌법과 법률이 국무총리에게 지워준 책무에 충실한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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