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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어느 작가의 일기' 시대 앞서간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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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어느 작가의 일기' 시대 앞서간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일기

입력
2009.11.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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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지음ㆍ박희진 옮김 ·이후 발행ㆍ672쪽ㆍ2만3,000원

<항해> <댈러웨이 부인> 등 여성의 삶과 내면의 고통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세계를 선보였던 20세기초 영국의 여성 가 버지니아 울프(1882~1941). 탁월한 페미니스트 이론가, 조이스에 필적하는 모더니스트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우울증을 앓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그의 비극적 삶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된다.

이 불행한 작가의 어두운 내면은 1915년부터 1941년까지 쓴 26권의 일기에 남겨져 있는데, 남편인 레너드는 이중 문필과 관련된 부분만 추려 1953년 <어느 작가의 일기> 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여기에는 자신의 문학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준 인물, 읽고 있는 책들에 대한 품평, 자신의 작품에 대한 울프 스스로의 평가 등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여성이 글을 쓰는 것에 여전히 불편한 시선을 보냈던 시대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울프의 강인한 의지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그는 "나는 내가 무시당하건 모욕을 당하건 그것은 각오했던 바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사람들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면 된다."(1922년 2월18일) "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또 남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리고 영원히 나 자신의 주인이다"(1937년 8월6일)라며 반복적으로 문학에의 의지를 다진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내 마음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무엇인가 말하는 방법을 (나이 40이 되어) 찾아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1919년 3월27일ㆍ'밤과 낮'에 대해), "감히 말하건대 나는 이 책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정직하게 말해서 내가 더 이상 한 줄도 더 쓸 수 없을 때까지 나는 글을 써나갈 예정이다.(1922년 7월26일ㆍ'댈러웨이 부인'에 대해), " 이 책은 팽팽하고 현실적이고, 활기찬 책이다… 더 많은 피와 뼈가 있다."(1936년 11월30일ㆍ'세월'에 대해) 등을 따라가며 독자들은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추구해간 한 비범한 작가의 고뇌에 공명할 수 있다.

책을 번역한 박희진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는 "천재적 두뇌를, 그것도 시대를 너무 앞서 가지고 태어난 탓에 많은 사람들의 선망과 경외, 그리고 시기를 동시에 받으며, 오로지 문학 하나만을 위해 혼불을 남김없이 태우며 살다 간 한 여인의 작가적 생애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원제 'A Writer's Diary'.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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