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에서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이번에도 기본 구도는 친이ㆍ친박계간 갈등 양상이다. 이렇다 보니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한나라당 지도부도 고민이 크다.
표면적인 대립 축은 정부와 친박계 진영이다. 정운찬 총리는 '명품 자족도시'를 내세워 세종시 수정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달 중순께 자문기구인 '세종시위원회'(가칭)와 실무기구인 '세종시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이에 반해 친박계는 세종시 원안 추진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23일 국민과의 신뢰를 강조하며 '원안+알파'를 언급한 뒤 그간 수정론에 기우는 듯하던 수도권 의원들도 원안 고수 쪽으로 돌아섰다.
이미 양측간에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정 총리가 "박 전 대표를 만나 설득하겠다"고 하자, 친박계측은 "총리가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을 뒤집은 것"(이정현 의원)이라며 "정 총리의 상황인식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유정복 의원)고 쏘아붙였다.
주류인 친이계의 경우 수정론에 대한 공감대가 넓다. "세종시는 출발부터 잘못된 것"(정두언 의원)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론을 주도하는 모양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친이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고, 향후 친이ㆍ친박계간 전면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해법을 놓고선 친이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세종시의 성격 자체를 변경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임동규 의원 등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수정론을 적극 공론화하자는 입장이다.
이들 사이에선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한 재선의원은 "마치 본인만 국민을 생각하는 것처럼 얘기한다"고 비판했고,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이미 결정됐으니 그냥 가자는 것만큼 독선적인 게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충청권 민심을 비롯한 국민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면서 동시에 박 전 대표측과의 분열을 피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청와대 역시 사안의 휘발성을 감안해 참모진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 지도부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수정론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여권 내부의 친이ㆍ친박계간 의견 차이가 표면화할 경우 정국이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박 전 대표가 상당히 강한 톤으로 세종시 수정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심각해진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빨리 대안을 제시해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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