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육아휴직 후 지난달 중순 복직한 맞벌이 주부 정선희(34·서울 금천구)씨는 요즘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업무시간 내내 21개월 된 아들과 아이를 돌보는 시어머니(66)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복직과 함께 아이를 맡기려던 보육시설이 최근 신종플루로 휴원하자, 졸지에 경기 용인에 사는 시어머니가 주중에 올라와 아이를 돌보곤 있지만 불안하다. 정씨는 "시부모를 주말부부로 만드는 일인 줄 알면서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데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신종플루로 보육시설과 학교의 휴업이 크게 늘면서 영유아와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중고교생 자녀와 달리 어른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린 자녀를 둔 게 마치 죄처럼 느껴진다는 부부도 있다.
1년 육아휴직이 연말에 끝나는 회사원 이혜란(36·경기 하남시)씨는 "집안 어른이 아이를 돌봐줄 상황이 되거나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맞벌이 부부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 회사가 육아휴직에 인색해 내년부터는 '일일돌보미'라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솔직히 마음이 안 놓인다"고 털어놓았다.
더욱 큰 문제는 방치되는 아이들이다. 지난달 23~28일 임시 휴업한 서울 A초등교 교사 김모씨는 "휴업 기간에도 선생님들이 교실에 있다는 것을 안 몇몇 아이들이'갈 데가 없다'며 무작정 교실로 찾아온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그럴 땐 수업 보다는 함께 노는 방법으로 오전에만 시간을 보낸 뒤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B초등교 박모 교사는"운동장에서 야구나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눈에 보이니까 안심이지만, 주로 낮에 PC방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도 많다"며 "아이들끼리 어울려 다니다 위험한 일이라도 당하지는 않을 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휴업시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학교 휴업시 그나마 돌볼 사람이 있는 맞벌이 부부 자녀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 된다는 게 문제"라며 "지역 사회나 학교가 이들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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