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사유재산권 침해' 등 주민들의 저항이 거셌던 북촌 한옥마을은 2001년부터 개ㆍ보수를 허용하는 '북촌가꾸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부촌(富村)'으로 바뀌었다.
'북촌가꾸기 사업' 시작과 함께 부유층을 중심으로 외지인들의 한옥 매입이 폭증했다. 한옥을 매입해 보존하겠다는 강남 아줌마들 중심으로 결성된 '한옥 아낌이 모임'의 초기 회원 중에는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 부인, 주요 박물관장 등 고위층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다. 가회동 31번지의 경우 지난달 현재 한옥 소유자의 주소가 가회동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돼 있는 집이 31가구로 전체 71가구의 43.7%에 이른다. 이들의 주소지는 주로 이태원동, 한남동, 성북동, 도곡동(타워팰리스), 일산 등이었으며 재벌가 부인, 외교부 고위 관리 부인, 미국 뉴욕에 사는 사람도 있었다.
외지인들은 싼값에 사들인 한옥을 신ㆍ개축해 자산가치를 높였고, 이런 집들은 2003년부터 집값이 껑충 뛰기 시작했다. 더욱이 올해 5월부터 최대 무상 6,000만원에 무이자 융자 4,000만원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투기 목적의 매입자들에겐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가회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5~6년 전에는 평당 800만~1,000만원 정도 시세가 이뤄졌는데 현재는 수리가 필요한 집은 평당 2,000만~2,500만원, 수리가 필요하지 않은 집은 2,5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북촌 한옥마을의 지가 상승률은 두드러졌다. 중앙대 주거환경학과의 이소영ㆍ김영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북촌 지역의 한옥보존지원 정책에 따른 지가변동 분석 추이'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공시지가 평균 변화율이 북촌 한옥의 경우 ㎡당 157%로 광진구 중곡동(120%) 강북구 수유동(126%) 등 일반주거 지역은 물론 강남구 일원동(139%) 보다도 20%가량 높았다.
2007년까지 북촌 한옥마을에서 거주했던 소설가 서해성씨는 "서울 도심 중 부동산 투기가 유일하게 없었던 북촌도 부동산 투기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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