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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생물성' 시간의 한계를 넘어… '나'를 찾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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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생물성' 시간의 한계를 넘어… '나'를 찾아 여행

입력
2009.11.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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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발행ㆍ129쪽ㆍ7,000원

'세수를 한 얼굴로서 나는 옆집을 찾는다.// 다음엔 문지방을 밟은 채로 제2의 얼굴에/ 하얀 가발을 쓰고/ 난색을 표한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이야."'('방명록'에서)

고독과 절망에 빠진 현대인의 자화상을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그려온 시인 신해욱(35)씨는 1998년 등단 이후 두번째로 낸 시집 <생물성> 에서 '나'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시집에는 1인칭의 화자가 대부분이지만 1인칭 '나'들은 온전한 '나'가 아니다. 대개 이들은 육체적 결핍감을 느끼고 있다. 시적 화자들은 '입술이 없'('얼굴 외')거나 '키가 없는 몸'('손님')을 지녔거나, '얼굴이 없는 불행'('생물성')을 감내해야한다.

한편 역설적으로 온전한 나와 불완전한 나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 커질수록 하나의 자아로 환원되고 통합되려는 욕망은 강렬하게 샘솟는다. '나는 중심이 되었다/ 숨을 쉬면/ 뼈에 살이 붙은 느낌이 난다'('정각'), '생각들이 전부 뼈로 만들어진 것처럼/ 그는 완전한 사람이 되어간다'('Texture')와 같은 진술은 그런 욕망의 알리바이다.

그야말로 "'나'를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 앞에서 '나'가 또다른 '나'로 거듭나는 분열증은 기묘하게도 신씨 시의 활력이 된다. 그것은'몇 번씩 얼굴을 바꾸며/ 내가 속한 시간과/ 나를 벗어난 시간을/ 생각한다'('끝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에서)처럼 시간의 한계마저 돌파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에서 진자처럼 흔들리는 현대인의 초상. 시인의 눈은 그 흔들리는 초상을 응시한다. 신씨는 "내가 나로 느껴지지 않는 감각에 유독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것이 내 시의 질료가 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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