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가 리스본조약을 비준키로 선회함에 따라 가시권에 들어온 '통합 유럽'의 초대 대통령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대신 얀 페터르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네덜란드 언론들은 지난달 29,30일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발케넨데 총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고 31일 보도했다. 반면 이라크 전쟁 찬성, 영국의 유로화 불사용 등의 약점이 부각된 블레어 전 총리는 사실상 후보군에서 배제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블레어 반대 목소리 확산 속 각국 정상들로부터 고른 지지 얻어
네덜란드는 영토, 인구, 경제력 등에서 유럽의 중간 위치에 있어 각국 정상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고 있는 점이 발케넨데 총리의 강점이다. 네덜란드는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전 나토(NATO) 사무총장 등 전통적으로 유럽을 대표하는 자리에 많은 인사를 배출했다. 발케넨데 총리는 EU 대통령 도전시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는 국내정치 상황을 이유로 고사하고 있지만, 선출이 보다 확실해지면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EU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독일과 프랑스의 움직임도 발케넨데 총리에게 긍정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미 "EU 대통령 자리는 작은 국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블레어 반대는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어 자국 총리가 후보로 거론되는 벨기에, 룩셈부르크로 확산되고 있고 영국 내에서조차 반대 여론이 높다. 선데이 텔레그라프는 31일 최근 여론조사 결과 영국 내 53%가 "블레어는 EU 새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발케넨데 총리 외에 EU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파보 리포넨 핀란드 전 총리, 헤르만 반 롬푸이 벨기에 총리,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 등이 있다.
EU 대통령의 공식 직함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임기가 2년 6개월이며 세계무대에서 EU 입장을 대변하는 등 상징적 리더 역할을 맡는다. 유럽 정상들은 10일 또는 12일께 다시 정상회의를 열어 EU 초대 대통령 선출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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