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사람들에게 '아, 이런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각성하게 해주는 매개라 생각합니다. '처음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를 소개하겠습니다. 그 시가 제 마음을 움직였다면 왜 그것이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쓰고 싶습니다."
소설가 김연수(39)씨가 한국일보 월~수요일자에 연재되는 '시로 여는 아침'의 새 필자로 독자들에게 시를 배달한다. 시인 손택수(39), 허수경(45)씨에 이은 세번째 필자인데, 소설가가 '시로 여는 아침'을 집필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씨는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로 작가세계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역사적인 자료에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시키는 '아키비스트(기록보관인) 적' 소설쓰기, 인생과 존재에 대한 깊이있는 소설적 탐구로 평단과 독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아왔다.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21세기 한국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가면을>
그러나 김씨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이었다. "문학청년 시절에 시와 소설을 함께 쓰긴 했지만 20대 때의 저는 사실 시라는 장르에 맞는 인간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시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소설가로 등단하기 한 해 전 '강화에 대하여' 등 4편의 시를 계간 작가세계에 발표하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소설을 쓰면서도 1990년대 후반까지 10여편의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의 미학적 가치를 담보하는 시적인 언어의 비밀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이력이다.
"몇 년 전 소설가들에게 시를 써보도록 기획한 한 문예지의 청탁을 받고 시를 한 편 쓰기는 했죠. 친구인 시인 문태준에게 먼저 보여줬는데, 지우고 지우고 하더니 절반 이상을 지우더라구요. 이제 시는 더 이상 쓸 수가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시를 읽지 않을 수는 없다. 시처럼 소설을 쓰면 최고의 소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설가들에게 언어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어떤 방편이지만, 시인들은 설령 전달을 포기한다고 해도 언어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시인이 소설가보다 '문학적'이라는 점은 확실해요. 소설가들이 추상적 언어로 세계를 설명하려고 한다면 시인들은 잘 보이지 않는 물건, 낱말들을 찾아내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지요." 김씨에게 그래서 시 읽기는 단순한 여기가 아니라 언어에 대한 긴장을 유지시켜주는 직업적 행위인 셈이다.
'시로 쓰는 아침'을 어떤 시들로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위험부담이 있겠지만 이전에 읽었던 시들보다는 처음으로 읽는 시들을 소개하겠다"고 답했다. 잘 알려진 이른바 '애송시'보다는 젊은 시인들의 시나 외국 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귀띔이다. '소통 불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시들도 포함시킬 생각이다.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매우 중요한 독서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거 아닌가, 고통스럽지만 그게 문학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위한 시 교육, 문학교육에서 빚어진 '이해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시의 안내자라기보다는 좋은 시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순수한 독자로서, 시를 읽고 소개하겠습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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