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물과 경험을 소재로 작업하는 한국화가 유근택(44)씨의 개인전 '만유사생(萬有寫生)'이 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전통 재료인 하얀색 호분(胡粉)을 섞어 빠른 붓질로 그려낸 작품들은 일상적 소재를 흐릿하고 낯선 풍경으로 변화시킨다.
전시장의 지하 공간을 메운 24점의 '만유사생' 시리즈는 작가의 집이나 도로, 바닷가 등의 풍경을 각기 다른 2점씩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장소는 같지만, 시간과 상황은 다르다. 유씨는 이를 "시각적 호흡"이라고 부른다.
'세상의 시작' 시리즈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슈아트리 사막을 여행하면서 받은 느낌을 토대로 한 것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멸하는 일상을 담아냈다. 거대한 화면 속에서 자동차와 비행기, 장난감, 풍선 등 온갖 사물이 소용돌이처럼 돌며 흩어지고 있다.
1층 전시장에는 폭 5m에 이르는 '어떤 만찬' 시리즈가 상하로 배치돼 시선을 압도한다. 테이블 위 수많은 음식들이 폭격을 맞은 듯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유씨는 "먹음직스럽던 테이블이 행사가 끝날 때쯤 놀랄 정도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면서 "예를 들어 6자회담 테이블도 그렇고, 결국 테이블은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02)736-4372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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