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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서사철학' 미운 오리새끼의 여행은 '닫힌 사회'로의 이동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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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서사철학' 미운 오리새끼의 여행은 '닫힌 사회'로의 이동일 뿐

입력
2009.11.0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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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지음/휴머니스트 발행ㆍ 684쪽ㆍ2만5,000원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 는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유명한 동화다. 하지만 철학자 김용석 영산대 교수는 이 동화에서 '닫힌 사회'의 모습을 찾아낸다. 자신들과 생김새가 다른 아기 백조를 배척한 오리 무리가 바로 닫힌 사회다. 어린 백조는 그들의 무시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간다. 할머니는 암탉, 고양이와 함께 사는데 암탉은 달걀을 낳고 고양이는 쥐를 잡고 할머니는 먹을것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필요에 의해 동거하는 할머니의 집 역시 닫힌 사회여서 어린 백조는 그들의 일원이 되지 못하고 다시 집을 나선다.

백조는 그런 식으로 시련을 겪으면서도 성숙하게 성장해 백조 무리에 들어간다. 백조 무리는 그를 환영하지만 그렇다고 열린 사회는 아니다. 백조 무리는, 미운 오리새끼가 자연적으로 주어진 백조의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며 따라서 백조 무리 역시 닫힌 사회다. 김용석은 미운 오리새끼가 닫힌 사회에서 출발해 닫힌 사회를 거쳐 닫힌 사회에 안주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 책은 김 교수가 주창해온 '서사철학'에 대한 생각의 구체적 산물이다. 그는 "인간에게 이야기 취향은 본능적"이라고 말하면서 철학은 인간의 구체적인 이야기 즉 서사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통해 신화, 동화, 만화, 영화 등 일곱 장르로 이야기 철학을 펼치는 저자는 구체적인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신비와 합리, 말과 행동, 관찰과 개념, 현실과 환상, 시간성과 공간성 등 철학적 포인트를 찾고 그것의 의미를 밝힌다.

박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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