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01년부터 시작한 '북촌 가꾸기 사업'의 공과가 도마에 올랐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한옥마을을 그나마 지금 형태로라도 지켰다는 평가가 있지만, '허울뿐인 한옥'신ㆍ개축을 부채질하고 혈세를 퍼부어 부동산 값만 올려놨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통한옥이 밀집해 있던 북촌마을은 1970년대 엄격한 한옥보전 정책에 묶여있다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1990년대 들어 상당 부분 규제가 완화됐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한옥을 철거하고 다가구주택을 짓는 등 난개발이 이뤄지자 대안으로 나온 것이 '북촌 가꾸기 사업'이었다.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한옥'으로 서울시에 등록하면, 서울시가 한옥 수선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였다. 주민들이 한옥에서 살면서도 내부를 융통성 있게 개조해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통 한옥 보존과 주민들의 재산권 요구 사이의 갈등을 나름대로 타협한 결과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조례로 '한옥 수선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에 맞는 개ㆍ보수 공사를 허용하면서 보조금 3,000만원, 무이자 융자 2,000만원(올해 5월부터는 보조금 6,000만원, 무이자 융자 4,000만원) 등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수백억원의 지원금을 쏟아 붓고도 사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상당수 가구가 '한옥'으로 등록한 뒤 개ㆍ보수 공사비를 받아 실제로는 전통한옥의 틀을 넘어서는 공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가회동 31번지 내에서 외관만 봐도 '한옥 수선기준'을 어긴 집들이 적지 않았지만, 서울시가 이를 적발해 지원금을 회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서울시가 사실상 주민들의 한옥 불법 개조 공사를 눈 감아줬다는 얘기다. '한옥 수선기준'과 이에 대한 심의도 불투명해 1층은 콘크리트 양옥을 만들고 2층만 한옥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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