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정운찬 총리와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이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불교 행사 참석차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원안 고수 입장에 대해 "저의 개인적 신념으로 폄하해선 안된다. 총리께서 뭘 잘 모르시는 것이다"면서 정 총리를 정면 비판했다. 정 총리가 지난달 29일 "세종시는 정치적 신뢰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대사"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이다.
세종시를 둘러싸고 여권 2인자 및 잠재적 차기 대선주자 그룹 내에서 정면 충돌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야당의 강력한 수정 저지 방침과 여권의 계파 대립까지 겹쳐 세종시 문제는 연말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청와대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10ㆍ28 재보선 이후의 정국 현안 및 정기국회 운영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가닥 잡힐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31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지 저와의 개인적 약속이 아니다"며 "이를 뒤집는 것은 정 총리께서 의회민주주의 시스템,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를 이대로 추진하면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논리라면 한나라당이 각종 선거에서 철석같이 약속을 지킨다고 한 것이 표를 얻기 위해 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정 총리의 면담 요청에 대해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총리는 1일 "박 전 대표를 꼭 한번 만나야겠다"고만 했을 뿐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총리실측이 전했다. 정 총리는 이르면 이달 중순쯤 자문기구인 '(가칭)세종시 위원회' 와 실무기구인 '세종시 TF'를 잇따라 출범시켜 수정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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