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이 지금도 연간 1,000만명입니다. 이런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얼마나 숨이 막히는 곳이 될까요."
이수용(65)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 운영위원은 지난달 30일 오전 해발 604m 서울 북한산 영봉(靈峯)에 서서 '국립공원 망치는 케이블카 중단하라'는 글귀가 쓰여진 플래카드를 활짝 펼쳐 보였다.
그의 뒷편으로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836m)가 인수봉, 만경대와 함께 자태를 자랑했다.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북한산의 맑은 공기를 가르며 흘러 내렸다.
그가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등 국립공원 지정구역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연보존지구 안에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완화해 케이블카 설치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 개정안이 환경부 주도로 만들어져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방문객의 편의를 돕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씨는 케이블카가 설치 된 이후 산에서 벌어질 일들이 두렵다고 말한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방문객이 다양해지고 좋은 점도 있겠지요. 그러나 산은 환경이 파괴된 멍든 산, 정기가 없는 죽은 산으로 변할 겁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국시모,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50여개 시민단체들은 '국립ㆍ도립ㆍ군립공원 안 관관용케이블카반대전국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달 12일부터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에 있는 5개 봉우리에서 각계 인사가 매일 돌아가며 벌이는 무기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가수 이현우도 지난달 북한산에서 1인 시위에 참여했다. 이씨는 "환경단체들의 최대 현안이 그간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였는데, 이제는 케이블카 반대가 가장 큰 이슈가 됐다"고 귀띔했다.
북한산 입구인 서울 도봉구 우이동에서 수문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는 특히 서울 시민의 쉼터인 북한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우려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 정양석(서울 강북갑) 의원은 최근 북한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블카는 우이동 그린파크텔 자리를 출발해 이씨가 발을 디디고 있는 영봉을 종착점으로 설치될 계획이다.
"서울에 북한산이 없었다면 혁명이 여러 차례 일어났을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서울시민들의 세상사에 지친 몸과 마음을 북한산이 달래왔다는 뜻이지요. 그런 소중한 공간이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겁니다."
그는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속리산 등 다른 산에도 케이블카 설치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씨는 1993년 서울시가 도봉구 우이동길을 확장하려 하자 우이령보존회를 결성해 우이동길 확장을 저지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영봉에서 하산하려는 기자에게 그는 반문했다. "땀을 흘리지 않아도, 수고를 하지 않아도 산에 오를 수 있다면 굳이 산을 찾을 이유가 뭐지요?"
글·사진=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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