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수기업은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고마츠(小松)시 아와즈(粟津)온천에 있는 여관인 호시(法師)료칸이다. 718년 호시 가문이 창업한 이래 46대에 거쳐 1291년 역사를 잇고 있다.
국내에선 현재 100년 이상 장수하고 있는 기업이 단 2곳뿐. 두산(1896년 박승직상점 창업)과 동화약품(1897년 동화약방 창업)이다. 동화약품은 국내 최고(最古)의 제약회사이자 제조회사, 최초 상표등록(1937년 부채표 활명수 만주국 특허등록) 등 우리 기업사에서 '최초'의 역사를 써왔다. 회사와 112년째 역사를 같이하는 '활명수' 는 바이엘 '아스피린'보다 2년 더 역사가 길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2회 기업가주간 국제컨퍼런스에서 동화약품이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존속해온 비결을 소개했다. 윤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위기에서 블루오션을 찾아 극복하는 정신 ▦직원의 회사라는 기업 문화 ▦대표 히트상품과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 ▦신뢰 확보와 기업 비전 공유 등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동화약품의 역사에서 고비의 순간으로는 중일전쟁, 6ㆍ25전쟁과 1960년대 '까스명수'에 도전받던 시기를 꼽을 수 있다. 윤 회장은 "중일전쟁 발발 직후 한반도 북쪽 시장을 새로 개척해 매출을 200% 신장시켰고, '까스명수'에는 탄산가스를 함유한 '까스 활명수'를 대항마로 내세워 소화제시장 1위를 지킬 수 있었다"며 "위기는 좌절이 아니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오너'만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들'의 회사라고 느끼게 노력하는 정신도 장수기업 경영의 핵심 조건. 동화약품은 1945년 해방 직후 3년간 휴업을 하면서도 전 직원에게 월급을 지급했고, 제2의 창업자인 고 윤창식 회장이 37년 5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연말에 전 임직원이 모여 선물을 추첨해 나눠 갖는 '고염나눔' 행사를 계속해오고 있다.
대표 히트상품 '활명수'가 있지만 골다공증치료제 DW-1350을 개발해 기술수출 하는 등 후속 신제품 개발도 꾸준하다. 윤 회장은 또 신뢰를 회사의 핵심가치로 강조했다. 1965년 세계적으로 클로르포름 유해 논란이 벌어졌을 때 소비자 불안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동화약품이 활명수에 클로르포름을 전면 사용 중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윤 회장은 17년간 경희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를 지냈으며, 2005년 고 윤창식 회장으로부터 3대에 걸쳐 내려온 가업을 이어 2005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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