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9일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리고 사실상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디어업계의 '새판 짜기'가 급 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 방송법에 따라 종합편성채널(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PP) 선정을 노리는 언론사와 대기업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헌재의 결정이 났지만,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사업자 선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안팎에서 관측되고 있다. 후속 작업 또한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디어법은 '유효'하지만 국회의 표결 처리 과정이 절차상 '위법'했다는 헌재의 결정이 나온 만큼, 야당과 언론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방통위가 정치권와 여론의 향배를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작업의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방통위는 이날 헌재 선고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서두르지도 말고 지체하지도 말고 합리적으로 적법 절차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종편 사업자 선정 등 후속조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전했다.
방통위는 또 이날 헌재 결정에 따라 개정 방송법이 11월 1일 발효되더라도 30일로 예정된 전체회의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11월 초 해외출장 등 물리적 일정을 고려하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전체회의는 미뤄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11월 중순께 전체회의를 열고 일간신문의 방송 진입 시 제출 자료와 공개방법, 허가 유효기간, 미디어다양성위원회 구성, 가상광고 및 간접광고 시행기준 등을 정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논의한 뒤 의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이 의결되면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 관보 게재 등을 거치게 되며 여기에 2주 정도가 소요된다.
이에 따라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계획 발표도 12월이나 내년 초로 넘어가고, 사업자 심사 및 선정도 자연스레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중론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내년 초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의 판결로 종편 및 보도전문 채널 진출을 노리는 몇몇 언론사와 대기업의 행보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이 종합편성채널, 연합뉴스와 CBS 등이 보도전문채널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방통위는 일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편 및 보도채널 사업자의 수와 그 선정을 위한 자격요건 및 심사기준, 선정 방식 등 핵심 쟁점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기로 하는 등 방송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김종한 기자 tellm 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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