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헌재 미디어법 결정/ 헌재 '절충적 결론' 논란 새 불씨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헌재 미디어법 결정/ 헌재 '절충적 결론' 논란 새 불씨로

입력
2009.10.30 08:42
0 0

절차적 정당성 없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과연 '실질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가 29일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내린 '절충적' 결론은 그간의 논쟁을 종식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헌재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결정은 고심 끝에 찾은 나름의 '묘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국회 파행 등 지금까지의 정치ㆍ사회적 혼란은 헌재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이 때문인지 헌재는 미디어법 국회 가결 선포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성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법안의 효력에 대해선 야당의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격렬히 대립했던 양쪽 당사자 가운데 어느 한 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결과로 여겨진다.

헌재는 이에 대해 "위법성의 시정은 헌재의 몫이 아니며, 국회의 자율권 존중 차원에서 입법자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 '공'을 돌린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지 않는 한, 이미 통과된 미디어법은 효력이 그대로 발휘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행일자가 바로 코앞인 다음달 1일이다. 앞으로 정치권에서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헌재가 법안의 효력에 대한 판단에서 소극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디어법의 정당성을 인정해준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친 입법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 원칙으로, 이를 어긴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이번 결정은 이후에도 국회의 원칙 위반에 눈감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재는 기존의 사법 소극주의를 버리고 적극적 개입을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효력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며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헌재가 정치ㆍ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처럼 '모순적' 판단을 한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2004년 10월 행정수도이전 위헌 결정이 대표적이다. 당시 헌재는 조선시대의 경국대전까지 언급하면서 "서울에서의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관습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일부 헌법학자들로부터 "명백한 실정헌법이 있는데 난데없이 관습헌법론을 근거로 제시한 것은 논리의 궁색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헌재는 1997년 7월에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 등 5개 법안을 기습 처리한 것에 대해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면서도 "가결 선포 행위 자체는 무효가 아니다"라고 결정한 바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