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사천리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수순을 밟아가면서 정부의 구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민간 재건지원팀(PRT) 요원을 늘려 한 지역을 따로 맡고, 특전사를 중심으로 300명 이상 파병해 이들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프간 정세가 날로 악화하고, 미국의 아프간 정책도 가닥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아프간 파병'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를 쳤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국회 외통위 '아프간 파병 검토' 발언을 시작으로 28일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파병 방침 확정, 29일 한나라당 보고 등 갑자기 급박해졌다.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전 파병 방침을 확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11월18일) 전에 서둘러 파병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뜻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임박해 파병안이 발표될 경우 정부의 독자적 지원 의미가 퇴색하고 미국의 압력 논란이 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아프간 지원안 발표 직후 현지에 정부 실사단을 파견해 독자 PRT 운용 지역과 병력 규모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일단 남서부 이란 접경지역인 님로스, 중부 고지대 다이쿤디, 수도권인 카불 등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PRT가 없는 3개 주를 파병 지역으로 검토 중이다.
파병 병력은 PRT 요원 보호와 경계 임무를 맡을 특전사 요원을 중심으로 하되 의무 공병 헌병 등 지원팀도 꾸릴 계획이다.
군 소식통은 "특전사는 평상시 산악지형 훈련과 민간요원 경호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임무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현지 실사를 마치고 11월 중순 국회에 파병 동의안이 제출되면 내년 1, 2월에는 파병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당 전체적으로 파병에 부정적인 기류"라고 밝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고 내년 예산안 처리 등과 맞물려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특히 탈레반이 28일 수도 카불 중심가 유엔 숙소를 공격해 직원 6명이 사망하고 대통령궁 인근 호텔에 로켓포가 날아드는 등 아프간 전체가 교전지역이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가 파병됐던 아르빌과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전투병 파병이 아니라 국민 보호를 위한 경계병력이 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투병이 아니더라도 PRT 보호 과정에서 교전이 발생할 수 있고, 희생자가 발생하면 논란이 불거질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아프간 추가 파병을 망설이는 등 아프간 정책이 유동적이다. 미국이 탈레반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변수가 많아 세부 계획은 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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